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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이 생각하는 정치- 재래시장, 다시 살리겠습니다

31일, 성남 모란시장에 있는 ‘전국 민속 5일장 연합중앙회’를 방문해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과 5일장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최근 인터넷을 보니 SSM(기업형 대형 슈퍼마켓)과 관련해 아고라에서 네티즌 토론도 뜨겁고, 블로거들의 관심도 높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날 간담회에서 오고갔던 재래시장이 처한 현실과 어려움, 필요한 대책 등에 대한 얘기들을 함께 나눌까 합니다.

이 날 간담회에는 전국 민속 5일장 연합중앙회의 이호영 회장님, 조일호 이사님, 이윤원 자문위원님, 박기철 총무님, 그리고 성호시장 연합상인회의 정태수 회장님, 성남 슈퍼마켓협동조합의 윤희정 이사장님, 성남 대리점협의회의 송병익 회장님이 함께 하셨습니다. 참석하신 분 모두 20-30년간 재래시장에서 종사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한한 1인자라고 불리는 분들입니다.

                                  <재래시장에 가면 이런 정겨운 맛과 멋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성남 ‘모란시장’ 하면 네티즌 분들 중에서도 아마 모르는 분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유명한 시장입니다. 그런데 이 ‘모란시장’ 마저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국 민속 5일장 연합중앙회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진 말씀을 들으니 모란시장 이전계획이 잡혀 있어서 2011년 10- 11월 경까지 모두 나가야 하는 처지라고 합니다. 고작 2-300만원의 보상금을 준다면서 말입니다. 상인들을 내보내기 위해 장날에 용역을 동원해서 장사를 망치거나 상인들을 불안하게 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성남시청은 현재 몇 천 억원을 들여 신청사를 건립중입니다.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데 뉴스를 보니 땅값과 건축비로 들어간 돈만 3,200억원, 성남시 1년 예산의 10%가 넘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말에는 200억원을 ‘호화’ 청사 건립 예산으로 추가 편성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성남시청’이 아니라 ‘성남궁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호화 청사 짓는 데는 몇 천 억원을 들이고, 멀쩡한 보도블럭 깨서 예산 낭비하면서도 제대로 된 농산물 도매시장 하나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간담회에 참석한 분들이 입을 모아 말씀하셨습니다. 100만 규모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성남시에 농산물 도매시장이 없어 청과나 야채를 파는 분들은 서울 가락시장으로 물건을 떼러 가는 불편을 겪어야 하고, 이 때문에 성남시에서 도매업을 하는 분들은 죽을 맛이라고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SSM의 등장은 성남시의 재래시장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SSM 매장이 작년부터 진출하기 시작했는데 주변에 SSM 매장이 생긴 지역의 재래시장 매출은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심지어 아침 7시에 가게 문을 열고 저녁 11시에 문을 닫을 때까지 손님 3명이 전부인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인정하기 싫지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속 터지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바로 이 날 슈퍼마켓을 마지막으로 정리한 분이 계셨습니다. 바로 SSM 때문입니다. 21년간 성남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시며 3남매 대학교 다 보내고, 졸업도 시키고, 취직도 시키고, 집도 한 채 샀다고 합니다.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졌던 가장으로서 그런 슈퍼마켓을 정리하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습니까? 이 분 뿐만이 아니라 지금 성남 지역에 SSM이 들어온 지역의 상인 40%는 대부분 상점을 정리하려고 한답니다.

코끝이 찡했습니다. 이분들의 얘기가 저에게는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저도 평화시장에서 장사를 해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분들의 고충과 아픔을 잘 압니다.
아버님께서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홀로되신 어머님과 제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아동복 바지 만들어서 평화시장에 내다 파는 일을 했습니다. 새벽까지 미싱 돌리고, 오버로크 해서 바지 만들어 내다 팔고, 몇 시간이고 계단에서 기다렸다가 수금해서 다시 원단 떼고... 그렇게 해서 홀어머니와 저희 4형제 다 먹고 살고, 학교 다니며 지금의 정동영이 있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그리고 동시에 문제해결의 관건은 리더의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과 중소상인과 통하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제가 지난 대선 때 비록 선택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생각 때문에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그리고 중산층과 통하는 ‘중통령의 시대’를 기치로 내걸었던 것입니다.

2004년도에 ‘재래시장특별법’을 강력히 추진했던 것도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중소상인들을 대표하는 분들이 바로 재래시장, 골목상권, 5일장에 종사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재래시장특별법’을 통해 많은 재래시장이 지원과 혜택을 받았지만 5일장에는 제대로 적용이 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657개의 5일장이 있습니다. 수도권에만 약 72개가 있는데 5일장은 재래시장과 또 달라서 별도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재래시장특별법’의 일부조항을 수정하거나 아니면 ‘쌍둥이법’으로 ‘민속5일장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만드는 방안 2가지를 신중히 검토해서 조만간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 SSM 규제와 관련해서는 선진국과 같이 ‘지역경제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는 법적 규제의 틀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5년 전 ‘재래시장특별법’을 만들기 위해 뛰었던 것처럼 ‘재래시장 살리기’를 위해 다시 한 번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보려고 합니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함께 한 어르신들께 힘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제게 ‘힘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이런 관계야 말로 진정 ‘사람사는 세상,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