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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 칼럼

평화체제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표충사에서-

임금님도 도망치고 그리고 관리들도 모두 백성을 팽개치고 줄행랑을 쳤을 때 서산대사님, 사명대사님, 기허대사님께서 떨쳐 일어나셔서 나라를 구하셨습니다. 이분들이 아니었다면 글도 후손들의 삶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 표충사에 와서 애국심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릇 정치가와 외교관이라면 반드시 표충사에 와서 참배하고 그 직을 시작해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대해서는 온 국민이 추모하고 그 호국정신을 이어받은데 부족함이 없습니다만 이 3분 선사님의 정신을 후손들이 이어받는 것은 미흡한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 사명대사님께서는 군사의 최고지도자이셨을 뿐 아니라 외교의 대가이셨습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으로 도탄과 어지러움에 빠진 당시 민생을 구원했습니다. 사명대사께서는 몸소 일본으로 건너가셔서 도쿠가와 막부를 상대로 해서 당당한 외교전으로 그들의 사과와 사죄를 받아내고 포로 3500명을 거느리고 귀환하셨습니다. 즉 전쟁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내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조선의 재건이 그 바탕위에 있을 수 있습니다.


만일 사명대사님께서 환생하신다면 오늘의 이 현실을 어떻게 보실까요?


1953년 7월 27일 이 땅에 민족상잔의 전쟁이 끝난 지 잠시 전쟁을 중단한지 54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임진왜란 7년 만에 평화체제를 일궈내신 사명대사님의 눈으로 볼 때 후손들은 무능하고 게으른 존재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전 세계 동서고금의 전쟁사에서 전쟁을 일시 중단한 채 철조망과 지뢰밭을 깔아놓고 54년을 180만 대군을 대치한 상태에서 같은 피를 나눈 형제가 증오와 미움의 시간을 반세기가 넘도록 계속한다는 것은 전 세계에 없는 전대미문의 일이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일 사명대사님께서 오늘 계신다면 묘향산에 계신 스승 서산대사님과 합심해서 일거에 이 전쟁체제를 무너뜨리고 영구적인 평화체제로 바꾸어 내주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평화체제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철조망을 걷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7천만 민족이 하나가 되서 사는 세상을 구현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밀양역에서 출발하는 KTX가 개성을 거쳐 신의주로 만주로 그리고 시베리아로 TSR,TCR로 연결 되서 우리의 청소년들이 만주도 가고 시베리아도 가고 여름방학 겨울방학 때 저 유럽대륙도 보고 사춘기 청소년시절에 우리아들딸들, 손자들이 저 대륙을 본다면 그 사람됨은 얼마나 통이 크고 비전이 큰 우리의 후예들이 될까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평화체제로 가야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사명대사님을 기리는 이 표충사 춘향대제에 와서 특히 향교에 유림어르신들과 고승대덕큰스님들께서 함께 이렇게 3대선사님을 기리는 모습을 보고 이것이 바로 우리 중생들이 본받아야할 포용과 관용의 정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석가모니탄신일에 종정큰스님께서 "번뇌 속에 푸른 눈을 여는 자는 부처를 볼 것이요 사랑으로 구원을 얻는 자는 예수를 만날 것이다"하고 말씀을 해주셨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이제 미움과 증오와 대립의 시대를 넘어서서 상대를 인정하고 남남내부의 포용과 통합 그리고 더 넘어서 민족의 대통합을 이루는 그런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새삼 사명대사님 앞에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앞으로 그러한 길을 여러분과 함께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4월 22일 표충사 춘향대제 인사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