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동영의 말과 글

전작권 전환 연기는 군사주권의 포기


[성 명 서]

전작권 전환 연기는 군사주권의 포기

정부가 2012년으로 예정되어 있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다. 우리의 군사주권을 3년 7개월이나 더 외국 군대의 손에 맡기는 것이다.

전쟁 발생시 군대의 작전을 총괄 지휘하고 통제하는 ‘전시작전 통제권’은 국가의 생존과 명운이 달린 권한이다.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군사 주권의 포기’다.

조선의 국권을 완전히 상실하고 일제의 식민통치를 받게 된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 2010년도에 우리의 군사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전작권 전환 연기가 이루어진 것은 참으로 치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 전작권 환수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회복하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군사 주권’을 넘어 ‘국가 주권’과도 직결된다.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부 등 역대 정부에서 모두 일관되게 전작권 전환을 추구해온 것도 그 때문이며,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마침내 노무현 정부 때, 2012년 전작권 전환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와 같이 역대 정부에서 정치적 노선을 초월하며 추구해온 전작권 전환을 현 정부가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역대정부의 자주 국방에 대한 의지와 노력들을 모두 부정하는 심각한 문제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올초까지 “전작권 문제는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왔으며 “전작권 전환은 국가대 국가 간의 약속으로,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것은 우리가 상당히 많은 것을 내놓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까지 말한바 있다.

이러한 입장을 피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공론화 절차도 없이 갑작스럽게 기존의 발언들을 뒤집고 전작권 전환을 연기한 것은 밀실협상과 이면협상에 대한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또,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말한 것과 달리 그동안 전작권 전환 연기를 꾸준히 논의해온 것이라면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국가의 명운이 달린 문제에 대해 거짓말을 해왔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 스스로의 결정권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 보다 포기를 먼저 하는 정부가 과연 우리를 얼마나 안전하게 지켜줄 것인지 국민들은 의심스럽다. 불투명하고 비공개적인 정부의 태도로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여전히 국민들이 미심쩍어 하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는 전작권 전환 연기에 대한 합의 과정도 국민들에게 거짓없이 고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연기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정책방향을 전환하고 외교안보팀을 전면 교체하길 촉구한다.


2010년 6월 28일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