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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8.15 65주년, 김대중 전대통령 서거 1주기를 기리며


벌써 일 년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김대중 대통령님의 가르침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떠나신 자리가 너무 크고 간절합니다.

오랜 버릇처럼, 대통령님께서 계시다면 이 대목에서 어떤 말씀과 행동을 하실까 묻곤 합니다. 비단 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길이 묘연하고 어지러울 때마다, 대통령님의 삶과 철학을 지표로 삼겠습니다.

서거 1주기를 맞아 지금 여기 우리들의 다짐을 대통령님께 올립니다.


1. 6.15정신으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오늘은 8.15 65주년입니다. 8.15는 민족의 자주적 권리를 되찾기 위한 오랜 투쟁의 결과이자 우리 근현대사 최고의 ‘역사적 환희’였습니다. 65주년이 되는 8.15 아침을 맞으며 다시금 대한민국의 민족적 과업과 자주권을 생각해 봅니다.

4대 강국으로 둘러싸인 한반도 역사는 외압에 대한 도전과 응전의 시간이었습니다. 한반도의 앞마당에서 외세가 각축할 때, 불행은 시작되었습니다. 청나라와 일본이 한반도에서 충돌한 직후,  우리는 식민지 나락으로 떨어졌으며 미군과 소련군이 각각 남과 북에 진주함으로써 분단 시대가 시작되었고, 최근 한반도의 동해와 서해에서 미군의 핵 항공모함이 출동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첨예화된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특히, 천안함 이후 미중 간의 갈등 국면은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남북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질서에서 대한민국의 주도적 노력과 평화를 위한 적극적 노력 모두가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평화의 신념 부재와 외교적 무능의 현 정권이 자초한 것입니다. 2005년 8.15와 오늘의 8.15를 비교해 보면 역사적 후퇴와 위기상황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당시 우리들은 분단이후 처음으로 남북 정부대표와 해외대표단이 815민족대축전을 통해 분단을 넘어서기 위해 통큰 협력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8.15정신을 잇기 위한 남북의 화해 협력 노력은 적막하기만 합니다.

올해로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입니다. 6.15 선언은 민족 자주권 대원칙에 대한 일대 선언이었습니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6.15남북공동선언의 첫 번째 합의사항입니다.

그러나 6.15 선언의 대원칙이었던 ‘우리 문제는 우리 손으로’라는 철학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태 이후 평화의 공든 탑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6.15 이전사와 6.15 이후사로 구획됩니다. 6.15를 계기로 증오와 적대의 남북관계사가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는 현실이 되지 못한 채, 역사는 뒤로 돌아가고 대신 그 자리에 또 다시 증오와 적대 관계가 들어섰습니다.

6.15는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우리들의 꿈은  대륙으로 연결된 철도를 타고 만주로, 시베리아로, 중앙아시아로 그리고 유럽의 각 도시로 가는 대륙경제시대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6.15정신으로 돌파해 나가겠습니다.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은 통일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부터 지켜내겠습니다. 남북관계의 마지막 생명줄이자 심리적 안전판 개성공단을 몇곱절 더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지난해 9월 18일로 예정되었던 미국 NPC(National Press Club) 연설을 직접 하셨어야 했는데, 대통령님의 탁견과 권위로 한반도 평화의 청사진을 세계에 전했어야 했는데, 미국 방문 한달을 앞두고 서거하시는 바람에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주최 측에서 저를 초청한 연설에서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를 비핵화 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의 직접 대화가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상황은 오히려 정반대로 진행되고 말았습니다. 미북간의 직접 대화를 촉진하고, 지원해야 할 남한정부의 역할과 남북관계가 대화와 상생의 방향이 아니라 적대와 증오의 방향으로 후진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지금이라도 한반도에 전쟁의 기운이 아니라 평화의 기운을 감돌게 하기 위해서는 지체없이 남북 간에 대화 분위기를 복원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치, 군사와 경제문제의 분리, 그리고 인도주의 문제의 분리가 시급하다고 믿습니다.

“역사와 국민을 믿어라.” 대통령님의 말씀대로 차근차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은 분단 기득권자들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훌륭히 격파하였습니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와 대화의 편에 서 주었습니다.

10년 동안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그 어떤 시도에도 당당히 맞서겠습니다. 8.15의 역사적 교훈을 실현하고 6.15를 다시 잇기 위해,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해 정권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2. 민주진보정부 수립을 위한 연합의 길을 가겠습니다.


대통령님이 평생을 바쳐 이룩한 민주주의가 풍전등화의 위기입니다. 가시기 전 행동하는 양심을 주문하시던 말씀이 귓가에 쟁쟁합니다. 모두가 청년 김대중이 되어 최우선적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겠습니다.

“민주연합의 길을 가시오.”라고 지도하시던 뜻을 이제야 헤아리고 있습니다. 6.2지방선거에서 그 시작을 경험하였습니다.

민주대연합의 길, 그것은 민주와 진보의 여러 갈래로 분화된 우리진영의 힘을 한데 모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언명으로 알고 받들겠습니다.

가치연합과 복지동맹에 기초한 통 큰 통합을 이루겠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위해서, 승리를 위해서 기꺼이 양보도 해야 합니다. “열 중 일곱을 줘라”고 말씀하신 뜻대로 담대하게 임하겠습니다.

민주진보진영은 민주주의와 서민과 중산층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명확한 목표인 복지국가건설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습니다. 역동적 복지국가의 목표에서 민주진보세력의 통합의 길을 찾겠습니다.

대통령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시던 민주연합을 더 큰 통합의 민주진보연합으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하나 된 모습으로 국민에게 헌신하겠습니다.

6.15 정신으로 한반도 평화실현, 민주연합 정신으로 민주진보 공동정부 수립의 목표를 향해, “이제 됐다”며 환하게 웃으실 그날까지 분투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십시오.

2010.  8. 15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