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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논 평] 문화탄압을 통한 민주주의 말살 정책 중단하라!


폭 2.8m, 길이 97m의 초대형벽화가 통째로 사라졌다.

도라산역에 설치되었던 작가 이반씨의 벽화 14점이 지난 5월 본인도 모르게 무단 철거되었다. 게다가 철거 과정에서 벽화에 물을 뿌려 작품까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2천년전 진시황 시절에나 있었던 ‘분서갱유’가 2010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작가가 2년에 걸쳐 혼신을 다해 그린 필생의 역작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철거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명백한 문화탄압이다.

통일부는 벽화철거에 대해 “어둡고 너무 전위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돈을 지급했으니 부수는 것을 포함해서 어떠한 행위도 주관 부서의 재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예술에 대해서도 천박한 자본주의적 관점을 갖고 있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서울시장이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마음대로 철거할 수 있다는 것인가?

<▲ 도라산역에 설치돼 있던 이반 선생의 벽화 모습  사진출처 : 프레시안 >

만약, 전쟁의 참혹함을 그린 피카소의 대표작인 ‘게르니카’가 “어둡고 전위적”이라는 이유로 철거당했다면 폭격으로 지도상에서 사라진 마을 ‘게르니카’는 역사에서 조차 영영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통일부에서 없앤 것은 단지 분단의 아픔을 그린 한 작가의 벽화가 아니라 수십, 수백년 후 우리 후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역사인 것이다.

<▲ 피카소의 '게르니카>

통일부는 도의적, 사회적 책임 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도 면치 못할 것이다. 

통일부의 행위는 명백한 문화탄압으로서 우리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또 현행 저작권법에서 인정되는 ‘저작인격권’까지 무시한 처사다.

통일부가 여론 수렴 및 청취를 통해 벽화 철거를 결정한 것이라면 그 내막을 샅샅이 공개하고 명백한 문화탄압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사과와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가 ‘민주정부 10년’의 성과와 기억들을 송두리째 지워버리려는 ‘민주주의 말살정책’을 펴고 있다. 마치 일제 강점기 말에 우리 역사와 문화의 탄압을 통해 혼을 앗아가려 했던 ‘민족말살 정책’과 흡사하다.

이제 그 칼바람이 문화예술의 영역에도 불고 있다. 도라산역 벽화철거는 그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문화 탄압으로 민주주의의 정신과 가치를 훼손하는 ‘민주주의 말살정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2010. 8. 26

민주당 국회의원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