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어머님이 돌아가신지 벌써 두 해가 흘렀습니다. 어버이날을 며칠 앞두고 돌아가셔서 남은 자식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셨죠.
저는 이맘쯤이 되면 어머님께서 갑작스럽게 쓰러지시던 날 아침에 끓여주셨던 따뜻한 시래기국이 생각납니다. 그것이 어머님의 손맛이 담긴 마지막 음식이 될 줄 그때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어머님의 손길만 거치면 그냥 볼품없는 푸성귀라도 맛깔스런 음식으로 변했었는데...
딸은 크면 어머니에게 친구가 되어준다지만 아들은 크면 대부분 어머니와 대화조차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어머님과 저는 모자지간이면서도 연인처럼 참 다정했었죠. 그건 아마 어머님께서 제 위로 태어났던 네 명의 어린 아들을 질병으로 잃고 난 후 다섯째면서도 장남이 된 제게 무한한 애정과 기대를 주셨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일제 말기에서 6.25전쟁 기간이 겹쳐지는 기간이라 어느 집에서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지만 제대로 성장해보지도 못한 어린 아들을 연이어 네 명이나 잃어버린 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제가 두 아들을 키워보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가슴으로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어머님께서 그토록 아끼고 사랑해 주셨던 손자 욱진이, 현중이 두 녀석이 다 군에 입대했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부모님들이 그러하듯 두 아들 녀석을 군에 보내면서 저 역시 한없이 대견스러럽고 자랑스러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그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텅 빈듯 한데, 하물며 네 아들을 모두 병원 한번 제대로 못 데려가보고 가슴에 묻어야 했던 어머님의 마음은 오죽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어머니에게 제가 해드릴 수 있었던 것이 그저 어머니에 대한 순종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식들 앞에서 그 아픔을 속으로 삼키셔야 했을 어머님의 마음을 한번도 먼저 보듬어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고, 한없이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신지 벌써 두해 가 흘렀지만 아직도 어머님이 그냥 잠깐 멀리 여행을 가신 것 만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다시 ‘동영아’ 하고 제 이름을 부르며 문을 열고 들어오실 것만 같습니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드릴 카네이션 바구니와 곱게 포장된 선물을 손에 들고 뿌듯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어머님께서 돌아가신 후,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 얼마나 부럽던지... 더 많이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늘 마음 한 구석에 가시처럼 남습니다.
그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보고자 어머님께서 살아계실 적에 못다한 얘기를 오늘 이렇게 편지로나마 전합니다.
어머니! 참 많이 그립습니다. 오늘은 꿈에서라도 어머니를 꼭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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