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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성명서] 등록금천국, 우리가 만들어 가야할 미래입니다.


분노한 대학생들의 절규가 광화문 광장에 메아리 쳤습니다. 광화문에 울린 메아리는 전국 방방곡곡으로 전파되고 있습니다. 1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경찰은 대학생들을 범죄자로 취급했습니다. 73명의 학생을 잡아갔습니다. 누가 범죄자고 누가 피해자입니까? 등록금 천만원시대 최대 피해자인 대학생을 오히려 범죄자로 몰아가는 이 전도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사진출처: 민중의 소리>

이제 그 때가 되었습니다. 등록금 지옥으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등록금 천국으로 담대한 첫걸음을 내딛을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왔습니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의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이미 수많은 나라,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훨씬 높은 나라들조차 오래 전에 폐지한 등록금을 왜 우리는 원죄처럼 등에 짊어지고 가야 합니까? 등록금 천만원시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왜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까?

등록금 없는 세상은 꿈이 아닙니다. 우리 조상들도 했던 일입니다. 오늘날 대학에 해당하는 조선시대 성균관에 등록금이 존재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국가에서 재워주고, 입혀주고, 밥도 주고, 불도 때주었습니다. 나라가 지식인을 길러냈습니다. 우리는 조상들이 해낸 일조차도 계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복지국가에서 배우기 싫다면 조상들로부터라도 배워야 합니다. 등록금폐지가 포퓰리즘이면, 세종대왕은 포퓰리스트라는 말입니까?


                                          <사진출처: 노컷뉴스>

등록금문제는 우리가 장차 만들어갈 복지국가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합니다. 학력에 따라 소득수준이 극명하게 갈리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등록금 천만원시대는 현대판 카스트제도에 다름 아닙니다. 등록금 천만원시대는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계층간의 반목과 불화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입니다.

무릇 정책적 목표는 간결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장차 만들고자 하는 국가의 미래상에 부합되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반값등록금은 단기적 대처방안은 될지언정 궁극적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민주진보진영이 내놓아야 할 비전은 등록금 없는 나라, 등록금 천국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등록금폐지 담론을 전면 의제화 할 것을 제안합니다.

학생과 학부모,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등록금폐지를 화두삼아서 장차 우리가 만들어야 할 복지국가의 설계도를 만듭시다. 물론 재원조달이 가장 큰 난관입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감당해야 하고 감당할 수 있는 과제입니다. 부유세를 등록금폐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차기 정부에서 국정의 최우선 과제를 등록금폐지에 두고, 이를 위해 노심초사 분발한다면 임기 내에 등록금폐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목표가 분명하다면 방법은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등록금은 당연히 있는 것이라는 왜곡된 인식부터 타파하는 것이 정치가 할 일입니다. 등록금천국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등록금폐지를 결심하면 등록금천국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 올 것입니다.



2011년 5월 31일

민주당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