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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6.15공동선언11주년을 맞이하며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와 민주당은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에게 6.15 정신을 존중하고 계승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습니다. 남북관계의 기본틀은 6.15에서 출발하며, 그래야만 우리가 한반도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6.15를 충실히 계승한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겠다고 했습니다. 정략적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겨레의 미래를 위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6.15를 계승, 발전시켜 주기를 충심으로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끝끝내 우리의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기껏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악화설과 북한붕괴론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통일부는 반통일부가 되었습니다. 한반도 운명과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어떠한 생산적 대화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남한의 빈자리를 중국이 급속히 파고들고 있으며, 북한경제의 대중국 의존도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남한을 제외한 주변국들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남한만 외톨이로 전락했습니다.


국민여러분,

저는 연평도 사태로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 한반도 정세를 하루 빨리 대화국면으로 되돌리겠다는 일념에서 작년 말과 금년 초 두 차례 방북신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저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대화재개 요구에 대해서도 귀를 막았습니다.

 

이명박 정부 3년 반 동안 잃은 것은 신뢰요, 얻은 것은 적대감뿐입니다. 그리고 오늘 정부는 또 다시 남과 북의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을 가로막았습니다. 무엇이 두려운지 6.15 민족대회의 방북행사를 불허했습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저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묻습니다.

 

이것이 과연 실용입니까?

이것이 과연 남북한 주민이 행복하게 사는 길입니까?

이것이 과연 서로 존중하면서 통일의 문을 여는 길입니까?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더 이상 이명박 대통령에게 6.15계승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더 이상 10.4선언 준수를 요구하지도 않겠습니다. 다시는 이 정부에 대해서 방북승인을 요청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대북관계에서 어떠한 진전도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에게 6.15계승을 요구한다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미 그 때를 놓쳤습니다. 이제 그 모든 것은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때까지 참고 기다릴 것입니다.

 

6.15정신은 일개 정권이 부정한다고 해서 부정되지도 않고, 대통령이 깔아뭉갠다고 해서 뭉개지는 것도 아닙니다.

 

6.15는 반드시 부활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7천만 겨레의 가슴 속에 6.15는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2011년 6월 15일

  정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