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길, 김대중의 길 - 김대중대통령 서거2주기 추모사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바람벽에 대고 욕이라도 해라”  

유언처럼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평생을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에 바친 김대중 대통령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목 놓아 외치셨습니다.  

당신이 가신 길은 날마다 새 길입니다. 

민주주의를 짓밟히고 통일의 대장정이 가로막힌 지금, 당신이 가신 길이 더욱 더 새 길이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 그것은 바로 김대중의 길입니다.    

<1996년 김대중 대통령님의 손을 붙잡고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와 정치입문을 선언하던 날>

 

김대중 대통령은 저의 영원한 스승입니다.

저는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배웠고, 한반도 평화의 비전과 철학을 배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타고난 성격이 민주주의적인 분이셨습니다.

남에게 상처주는 일을 못하고, 끝까지 사람을 배려하는 자상한 성격이셨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이같은 성격은 소통과 상호존중을 토대로 하는 민주주의와 잘 어울렸습니다. 이를 증명하는 일화도 많습니다.

그러나 성격만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장기간에 걸친 반독재 투쟁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몸소 실천하셨고, 방대한 독서와 토론을 통해 민주주의 이론에도 해박하셨습니다.  

저는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배우고, 그 분의 민주주의적 품성에 감화 받을 수 있었던 것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하여 강철같은 소신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서해교전도 핵문제도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에 대한 집념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사상은 적극적으로 평화를 실현하는데 방점이 있습니다. 햇볕정책은 그러한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사상이 응집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햇볕정책을 두고 혹자는 퍼주기니 종북이니 하고 비판을 합니다.  

이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사상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균형을 중시하셨습니다.  

햇볕정책에도 그같은 균형감각이 녹아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는 이 땅의 수구보수세력이 꿈도 꿀 수 없는 원대한 비전이 담겨있습니다.

  

돌아가신지 2년. 

김대중 대통령이 그립습니다. 

더 오래 사셔서 우리 국민과 민주진보진영을 위해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생각하면 늘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우리가 당신을 추모하고 그리워하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행동하기를 바라고 계실 것입니다. 

특히 흩어져 있는 야권이 하나로 뭉쳐서 내년에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기를 원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김대중 대통령의 숙원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거창하게 추도식을 한다고 한들, 반기지 않으실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 볼 때, 우리가 연연하는 작은 이익들이 얼마나 하찮게 보일까 상상해봅니다. 

하늘에서는 개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드넓은 바다만 보일 뿐입니다.

작은 개울에 안주하지 말고, 큰 바다로 갑시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진정한 추모의 길은 오직 야권통합밖에 없습니다. 

야권통합 하지 못하면 우리는 불효자요, 악의 편으로 남고 말 것입니다.

 

                       2011년 8월 18일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