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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우리는 반드시 만날 것입니다”


<사진: 희망버스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쏜 최루액 섞인 물대포를 맞은 정동영 의원>



- 시민을 ‘적’으로 돌린 정권은 결국 시민의 ‘적’이 될 것입니다 -



2011년 7월 9일 19시, 부산역 광장은 평화와 연대의 마당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동료 노동자들에 대한 재벌 대기업의 막무가내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35m 크레인에서 185일째 목숨 건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위원, 평생 배를 만들어온 남편이 다시 배를 만드는 현장으로 가고 싶은 마음에 1만장의 종이배를 접었다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가족대책위원회의 성민이 엄마, 그들을 응원하기 위해 아이 손을 잡고 친구 팔짱을 걸고 전국에서 달려온 1만여명의 시민은 폭우 속에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희망버스는 ‘노동’에 대한 시민의 자발적 연대입니다. 광우병 소고기, 반값등록금 문제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한 시민의 분노와 참여는 희망버스를 계기로 ‘노동’문제에 대한 연대로 확산되었습니다.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바로 일할 권리입니다. 그 권리를 재벌 대기업의 탐욕으로 박탈당한 이들을 위한 최초의 연대가 부산 한진중공업 앞에서 펼쳐졌습니다.

 

이 땅에 자신의 생각을 밝힐 권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과 연대할 권리와 이를 세상에 알릴 권리는 헌법이 부여한 기본권입니다. 국가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이를 탄압하고 축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평화로운 부산역의 시민연대한마당이 끝나는 시점부터 이명박 정권은 경찰을 폭력의 도구로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희망버스는 ‘비폭력평화행동’의 상징입니다. SNS를 통한 자발적 참여,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가족과 친구와 함께 하는 동행, 지역의 먹을 거리와 자신의 장기를 살려 벌이는 평화로운 난장입니다. 희망버스는 평화롭기에 더욱 강력한 시민의 행동이었습니다.

 

경찰청장과 부산지방경찰청장, 그리고 현장에 나와 있는 관련 책임자들과 수도 없이 협의했습니다. ‘길을 터라. 그러면 아무일 없을 것이다’, ‘참여한 시민의 마음을 믿어라. 그들이 주인이다’. 재벌 대기업의 제왕적 권력, 그들의 이익을 국익이라 생각하는 이명박 정권의 경찰은 결국 시민에 대한 폭력장치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백기완 선생님, 문정현 신부님마저도 방패로 밀어대는 그들의 모습은 국민을 대하는 국가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국민의 대표로 선 국회의원들마저 물대포와 최루액으로 폭행하는 그들은 의회를 대하는 정부의 모습도 아니었습니다. 갓 돌을 지난 성민이에게도, 휠체어를 타고 온 시민에게도 최루액과 물대포를 쏘아댔습니다. 그들에게 시민은 ‘적’이었습니다.

 

시민을 ‘적’으로 돌린 정권은 결국 시민의 ‘적’이 될 것입니다. 비폭력 평화시위를 폭력으로 맞선 정권은 결국 더 큰 비폭력과 평화의 파도에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김진숙 위원이 한진중공업 문제를 넘어 전국적인 ‘노동’문제의 상징이 되고 있듯, 희망버스 또한 한진중공업 문제를 넘어 전국적 ‘희망’의 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제 시민의 권리가 억압받고, 노동의 권리가 억압받고, 생존의 권리가 억압받는 이 사회의 모든 곳에 ‘희망버스’는 달려갈 것입니다. 프랑스 레지스탕스 출신 노투사 스테판 에셀이 말했듯 ‘비폭력이 폭력을 멈추게 하는 확실한 수단’입니다. 더 나아가 저는 믿습니다. 비폭력은 폭력뿐 아니라 폭력을 기반으로 하는 세력 또한 무너뜨릴 확실한 수단임을.

 

오늘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은 희망버스를 외부세력의 개입이라며, 부산시민을 고통스럽게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정치쟁점화로 인해 오히려 갈등이 장기화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오만불손의 극치입니다. 사회적 현안의 현장에서 국민의 고통을 함께 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국회의원의 의무입니다. 이를 폄훼하는 것은 여야가 합의한 청문회를 무시하고 해외로 도피해버린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의 의회 무시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1만여명 가까이 참여한 희망버스 시민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기업 재벌 총수와 이명박 정권의 이처럼 동일한 반노동적 인식과 철학이 바로 전국을 농성장으로 만든 주범입니다.

 

물대포에 물든 손가락을 보며, 최루액으로 따끔거리는 팔다리를 느끼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 그 희망의 현장에 있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또한 정치하는 사람으로 경찰을 앞세운 이 정권의 폭력을 막지 못한 절망의 현장에 있었음을 무겁게 생각합니다.

 

그 새벽 ‘우리는 반드시 만날 것입니다’라고 외치던 김진숙 위원의 절규가 생생합니다. 결국 우리는 김진숙 위원과 김진숙 위원이 꿈꾸는 희망과 만날 것입니다. 그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2011년 7월 11일

 

정 동 영(@coreac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