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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치쇄신해야 차별없는 세상 온다

[전북의 창] 정치쇄신해야 차별없는 세상 온다 - 정동영

지금 한국정치는 '낡은 것은 죽고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은' 혼돈의 시기이다.

이른바 '안철수현상'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의 표출이다.

중소 상공인이 무너지고 비정규직이 절망하고 정리해고자가 철탑을 올랐을 때 서민을 위한다는 정당은 어디 있었고 정치인은 무엇을 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성찰해야 한다.

최근 정치개혁이 화두로 등장했다. 바람직한 일이다. 대선이 비전과 의제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 자체가 정치 발전이다. 특히 야권 후보들이 정치개혁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점은 더욱 반가운 일이다.

국민은 싸움판 정치를 청산하라고 요구한다. 오래된 지역정당구도를 해체하라고 요구한다. 정치개혁은 여기에 응답해야한다.

정치개혁은 국민들이 자신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집권 후 비전·정책의 공유와 공감대 형성'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하여,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지역구 의석을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늘려서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국회의원 수 축소 등 정당의 기득권 양보를 주장하면서도 '비례대표 의원 수는 늘리고,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는 정당체제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정치개혁 주장에서 차이점도 있지만, '비례대표 의원 확대-민의를 제대로 대변하는 정당체제-지역구도 해소'라는 공통점도 있다.

지난주 나는 두 후보에게 서로의 공통점을 살리는 최적의 정치개혁 대안으로 '독일식 소선거구 정당명부비례대표제'(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제안했다.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이 국민들로부터 받은 지지율 만큼 의석을 배분 받는 제도로 국민의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으며, 양대 정당의 기득권을 해체하는 효과가 있는 정치개혁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의 다양한 입장과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소수정당들도 국민의 지지를 받은 만큼 정당하게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기 때문에 20~30대 청년층, 여성, 노동자, 농민, 자영업, 중소기업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국회에 진출할 기회가 넓어진다.

현행 양당제 구도는 다당제로 변모하고 그에따라 다수당의 힘에 의한 밀어부치기와 이에 대항하는 몸싸움으로 점철돼온 후진적 정치문화도 다당제 구도 속에서 연합과 타협의 정치로 변모하고 각 정당이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합의민주주의' 문화로 바뀔 것이다.

이처럼 독일식 선거제도는 국민주권 실현, 지역구도 해소와 전국정당화, 공평한 의석 배분, 기득권 양보, 사표 방지, 정책정당화 촉진, 타협과 연합정치 실현 등 장점이 많은 제도이다.

그러나 강력한 지역 독점 구조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양대 정당의 반대와 무관심 때문에 제대로 국민적 공론의 장에 올라가지 못했다.

정권교체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국회에는 개혁저지 장벽이 높게 쳐져 있는 셈이다. 기득권 보수정당이 4.11총선에서 과반수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걸 돌파하려면 독일식 선거제도로의 개혁을 공약으로 걸고 대선후 1년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여론을 동원하고 결집하는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정치는 말과 다짐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개혁을 통해서만 이루어 질 수 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청사진도 정치쇄신의 바탕 위에서만 힘있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억울한 사람이 줄어들게 된다.

사회적 경제적 약자도 사람 대접을 제대로 받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열쇠는 정치쇄신에 있다.

2013년 우리 앞에 정치제도 개혁과 함께 국민의 삶을 보살피는 새로운 대의정치가 펼쳐진다면 더이상 '호남차별'이니 '전북홀대'니 하는 말들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민주당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