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독일식'으로 갑시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정치개혁이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바람직한 일입니다. 대선이 비전과 의제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 자체가 정치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야권 후보들이 정치개혁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점은 더욱 반가운 일입니다.
후보간 차이를 드러내는 것도, 공통점을 공유하는 것도 모두 국민적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차이만을 강조하기보다는, 공통점을 찾아내고 더 나은 대안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또한 정치의 역할입니다. 이는 모두를 이롭게 하고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에 보답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단일화든 연합정치든, 어느 한쪽의 지지자들에게 좌절과 상처를 안겨주는 방식은 공멸의 길입니다. 국민들이 새로운 정부에서는 나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집권 후 비전·정책의 공유와 공감대 형성' 과정이 충실하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개혁과 관련하여,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지역구 의석을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늘려서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정당정치의 기능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국회의원 수 축소 등 정당의 기득권 양보를 주장하면서도 '비례대표 의원 수는 늘리고,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는 정당체제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정치개혁 주장에서 차이점도 있지만, '비례대표 의원 확대-민의를 제대로 대변하는 정당체제-지역구도 해소'라는 공통점도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저는 오늘 두 후보의 공통점을 살리는 최적의 정치개혁 대안으로 '독일식 소선거구 정당명부비례대표제'(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제안 드리고자 합니다.
독일식 소선거구 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국민의 민의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고,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으며, 양대 정당의 기득권 양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는 정치개혁안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민의 다양한 입장과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소수정당들도 국민의 지지를 받은 만큼 정당하게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기 때문에 20~30대 청년층, 여성, 노동자, 농민, 중소기업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국회에 진출할 기회가 지금보다 더 많아집니다. 그만큼 국회가 국민적 요구와 이해관계를 보다 폭넓고 충실하게 대변하면서 모든 정당이 '정책정당'으로 발전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오래 전에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한 뉴질랜드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국민들의 바람인 타협과 연합의 정치가 활성화되면서 '싸움의 정치'가 크게 해소될 것입니다.
이처럼 독일식 선거제도는 국민주권 실현, 지역구도 해소와 전국정당화, 공평한 의석 배분, 기득권 양보, 사표 방지, 정책정당화 촉진, 타협과 연합정치 실현 등 장점이 아주 많은 제도입니다.
물론 모든 대안에는 일장일단이 있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선진국의 좋은 제도라 해도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실정에 맞게 잘 다듬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우리 시대의 핵심적인 정치개혁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것만큼은 틀림없습니다. 이는 많은 정치학자들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강력한 지역 독점 구조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양대 정당의 반대와 무관심 때문에 그동안 논의만 있었을 뿐 제대로 국민적 공론의 장에 올라가지 못 했습니다. 이번 대선이야말로 올바른 정치개혁의 완성을 위해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릴 수 있는 최적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위해 제정당·시민사회·학계가 모두 참여하는 협상 테이블 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5년 전에 저의 대선공약이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민주당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 나설 때 저의 대표적인 정치개혁 공약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저는 이 제도의 필요성을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높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 내용과 장점에 대해 잘 모르시는 국민이 많은 상황입니다.
아래 글은 제가 2010년 민주당 당대표 선거 때 '독일식 소선거구 정당명부비례대표제'에 대한 저의 입장과 관련 내용을 정리했던 글입니다. 2년 전에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일부 대목은 현재의 변화된 상황에 맞게 수정·보완했습니다.
정치개혁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올립니다.
2012년 10월 29일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정동영
《정동영 정치개혁 입장》
정치개혁 위해 ‘독일식 소선거구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하자
“국민 민의 정확히 반영, 지역구도 해소, 양대 정당 기득권 양보 '일석삼조' 효과”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로 가는 지름길”
[추진 이유]
대한민국 최대 ‘정치개혁’ 과제
지금 대한민국 정치개혁의 최대 과제는 민의를 왜곡하고 있는 정당체제와 양대 정당의 지역 독점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다. 이런 정치 구조가 할 일이 산더미 같은 국회에서 놀고먹어도 되는 원인을 제공하는 만병의 근원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 정치개혁의 제1 화두는 ‘독일식 소선거구 정당명부비례대표제’(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를 검토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제도는 선거에서 국민의 민의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고,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으며, 양대 정당의 기득권 양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는 정치개혁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각 정당의 가치와 정책 노선에 대한 소신 투표가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염원인 ‘정책정당화’도 가능해진다.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 확대로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진출할 기회가 더 많아지면서 국민적 요구와 이해관계를 보다 폭넓고 충실하게 대변할 수 있다.
정치권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거대 양당이 결단만 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실현할 수 있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로 개편을 통해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우리 사회 병폐들을 개선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상을 고민하는 정치 지도자라면, 이를 실현할 구체적 비전 제시와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
“1등만 승리하고 60~70%가 패자가 되는 선거는 그만!”, “나의 한 표를 죽게 하지 말라”는 요구가 민주시민의 정당한 슬로건이 되어야 한다.
민의 정확히 반영-지역구도 타파(전국정당화)의 대안
우리나라의 현행 선거제도는 1등만 살아남아 전부를 독식하는 ‘승자독식-패자전몰’ 제도이다. 비록 1표 차이로 아깝게 졌더라도 2등 이하 후보들에게 던진 표는 모두 ‘사표(死票)’가 되면서 지역민들의 다수가 패자가 되고, 30~40%의 소수만을 대변하는 소수대표체제가 자주 발생한다. 결국 60~70%에 달하는 실질적 다수가 모두 패자 그룹으로 분류되어 정책의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될 수밖에 없다. 또한 비록 소수대표일지라도 일단 합법적으로 정부와 국회를 장악한 정치세력은 승자독식 제도의 특성을 활용하여 독선, 독주, 심지어 독재에 가까운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해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주권에도 반할 뿐더러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고, 사회통합의 위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특정 지역에서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정당이 전체 국민의 지지도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가져감으로써 지역주의가 영구히 고착화되는 폐단은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소수정당들이 너무 많은 손해를 보는 불공평한 제도이다.
따라서 각 정당이 ‘전체 국민의 지지를 받은 만큼’ 즉 국민이 각 정당에 투표한 ‘정당투표 득표율 비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독일식 소선거구 정당명부비례대표제로 바꿔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가장 공평한 선거제도이자,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극복하고 전국정당화를 이룰 수 있는 획기적인 선거제도이기 때문이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비례대표 의원 수를 지역구 의원 수와 비슷하게 조정하고, 선거에서 ‘전국단위 정당투표 득표율’ 비율대로 각 정당의 전체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유권자 입장에서는 전국 어디서나 소신껏 특정 정당의 정책과 비전을 보고 투표해도 내 표가 ‘사표(死票)’가 되는 일이 거의 없다. 각 정당의 공약과 그동안의 정치행보를 찬찬히 따져보고 나의 삶에 보탬이 되겠다 싶은 정당에 소신껏 투표하면, 사표가 되는 일 없이 지지하는 정당의 의석수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에서 민의가 왜곡되지 않고, 가치와 정책 노선에 대한 소신 투표가 늘어나면서 각 정당의 ‘정책정당화’를 촉진하게 된다.
또한 유권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이 안 될까봐 영남에서는 새누리당, 호남에서는 민주당에게만 투표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영남과 호남에서 1당 독점 구도가 어느 정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개선할 수 있고, 각 정당의 전국정당화도 가능해진다.
소수정당들도 국민의 지지를 받은 만큼 정당하게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기 때문에 20~30대 청년층, 여성, 노동자, 농민, 중소기업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진출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 그만큼 국회가 국민적 요구와 이해관계를 보다 폭넓고 충실하게 대변할 수 있고, 국민의 다양한 의사가 국정에 폭넓게 반영되는 참여민주주의와 21세기형 다원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
이처럼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비례성(득표율·지지율과 의석수의 일치 정도)과 지역대표성이 동시에 그리고 충분히 확보되는 선거제도로서 전 세계의 많은 이들로부터 최고의 선거제도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이는 우리나라 학자들·시민사회단체도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양대 정당 기득권 양보와 연합정치 실현의 대안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지역구도 타파와 정책정당화 등에 큰 효과를 가져다 주는 대신, 새누리당과 민주당 같은 거대정당들은 지역 독점 구도 완화로 인해 다소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만큼 기득권을 일정 부분 내려놓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국민적인 명분이나 설득력에 있어서도 뛰어난 제도이다.
또한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연합정치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핵심적 연결고리이자 확실한 보증수표이다. 2012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통한 ‘민주-진보 공동정부 수립’에도 커다란 발판이 될 것이다.
오래 전에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한 뉴질랜드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국민들의 바람인 타협과 연합의 정치가 활성화되면서 ‘싸움의 정치’도 크게 해소될 것이다.
이처럼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국민주권 실현, 지역구도 해소와 전국정당화, 공평한 의석 배분, 기득권 양보, 사표 방지, 정책정당화 촉진, 타협과 연합정치 실현 등 장점이 아주 많은 선거제도이다.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위해 제정당·시민사회·학계가 모두 참여하는 협상 테이블 마련이 시급히 필요하다.
[독일식 정당명부제 설명]
독일식 소선거구 정당명부비례대표제란?
독일식 소선거구 정당명부비례대표제란 지역구 의석은 소선거구제로, 비례대표 의석은 정당투표로 선출하되 각 정당의 총 의석수를 ‘전국단위 정당투표 득표율’에 맞춰 배분하는 제도다. 따라서 전국 어디에서 투표를 하든 사표가 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민의가 가장 정확히 반영되고, 지역구도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제도다.
독일식 정당명부제 ‘의석 배분’ 방식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의석 배분 방식’은 전체 의석(598석)을 ‘전국적인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별로 의석을 배분한 다음, 개별 정당에 배분된 의석은 다시 해당 정당의 ‘권역별(16개주) 정당투표 득표수 비율’에 따라 권역별로 배분된다.
따라서 권역별로 배정받은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 의석수를 뺀 나머지 의석을 권역별로 작성된 비례대표 명부 순서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 당선자를 결정한다. 그러나 해당 정당의 권역별 지역구 당선자수가 해당 권역에 배정된 의석수보다 많게 되면, 그 초과된 지역구 의석수는 '초과의석(Uberhangmandate)'이라 하여 모두 인정된다.(지역구 우선 배정의 원칙, 의석배분 산출방식은 모두 헤어-니마이어식 적용) 따라서 초과의석의 발생은 전체 의석수가 고정된 게 아니라 총선 때마다 가변적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①전체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이라고 가정하고 A정당이 '전국단위 정당투표 득표율'에서 10%를 얻었다면, A당에 배분될 의석수는 1차로 30석으로 확정된다. ②그런 다음 A당에 배당된 30석을 다시 A당의 '권역별 정당투표 득표수 비율'(당해 권역의 A당 득표수/A당 전국 득표수)에 따라 서울권 10석, 경기-인천권 5석, 호남권 10석, 영남권 3석...등으로 권역별로 배분하는 것이다, ③이 때 서울권에서 A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7석일 경우 서울권에는 비례대표 3석이 배당돼 10석을 채우게 되는 것이다. ④다만, 예컨대 호남권에서 A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12명이 나올 경우엔 호남권에 배당된 의석 10석에서 2석이 초과하게 되는데, 그 초과의석은 모두 그대로 인정된다. 따라서 A당의 최종 의석은 1차 확정된 30석에서 2석이 늘어난 32석이 되는 것이다. 물론 다른 권역에서도 초과의석이 발생하면 A당의 최종 의석수는 그만큼 더 늘어나게 된다. 반면 초과의석이 없으면 A당의 최종 의석수는 1차 배정된 30석으로 최종 확정되는 것이다. ⑤이처럼 어느 당이든 초과의석이 발생하면, 그만큼 전체 국회의원 정수도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법에 정해진 국회의원 정수보다 실제 총 정원이 늘어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총 정원이 300석으로 고정된 게 아니다.
이처럼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지역구 소선거구제와 정당명부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 적절히 혼합되어 있어 우리 국민들의 정서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의 몰표보다는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는 정당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지역주의와 지역대표성의 독점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우리 정치의 현실에서 그나마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독일과 같은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독일, 뉴질랜드, 이탈리아, 헝가리,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멕시코 등이다. 네델란드와 이스라엘은 아예 지역구를 없애고 정당명부비례대표제로만 의원을 선출하는 완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 선거 결과에 적용한 ‘시뮬레이션’
일부 학자나 정치인들 중심으로 우리나라 총선 결과를 가지고 독일식 정당명부제 방식을 적용해 각 정당별 예상 의석수를 산정해 보는 다양한 시뮬레이션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 비례대표 의석수, 권역별 비례대표 배분방식 등 기본 조건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결과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민주당이 영남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예상 의석수에도 시뮬레이션별로 차이가 난다. 따라서 독일식 정당명부제 적용방식에 대한 참고 사항으로만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모든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는 현상은 현행 선거제도보다 영남에서 비새누리당 의석과 호남에서 비민주당 의석의 증가로 지역 독점 구도가 일정 부분 해소되고, 소수정당의 국회의원 당선자 수가 증가하면서 각계 각층의 다양한 입장과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더 많이 진입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각 정당이 지역 정서에 의존하기보다 서민을 위한 정책 경쟁으로 전환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와 차이점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란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눈 뒤 권역별로 국회의원 정수를 정하고, ‘해당 권역 내에서의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현재 일본이 비례대표에서 이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전국단위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배분될 총 의석수를 먼저 정한 뒤, 각 당에 배당된 의석을 다시 각 당의 권역별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권역별로 배분하는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와 차이가 있다.
또한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대폭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지역갈등 해소에 거의 효과가 없을 뿐더러, 권역 설정 방식에 따라 오히려 지역주의가 더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례대표 의원 정수가 54석밖에 안되기 때문에 권역별로 배당되는 비례대표 의석이 고작 5~8석밖에 안된다. 따라서 현 상태에서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해도 영남지역 지지율이 낮은 민주당은 영남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거의 못 얻거나 많아야 1~2석에 그칠 것이다. 호남지역에서 새누리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럴 경우 지역구도 해소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또한 특정 지역에서 지역주의가 강력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권역 설정이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권역별로 지역주의가 더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국민주권 실현에 보다 충실하고 지역구도 해소에도 더 나은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석패율제
석패율제는 한 후보자가 지역구 출마와 권역별 비례대표 명부에 동시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해서 지역구 출마자 중 가장 적은 표차로 ‘아깝게 패배한’ 후보를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는 제도이다.
그러나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지역구를 통해 정치적으로 충원되기 어려운 전문가나 소외 집단의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석패율제의 도입은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 또한 지역구 낙선자의 구제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적 거부감도 있다.
‘일본식 소선거구 정당명부비례대표제’와 차이점
‘일본식 소선거구-정당명부비례대표 병립제’는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와 마찬가지로 유권자가 1인2표제로 지역구와 정당에 각각 투표를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일본식은 지역구 의석(300석)과 비례대표 의석(180석)의 정원을 각각 미리 고정해놓고, 비례대표 의석에만 그것도 권역별로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는 점에서 독일식과 큰 차이가 있다. 독일식은 전국단위 정당투표 득표율에 맞춰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상호 연동돼 의석수가 결정된다.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시 쟁점과 대안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의 균형-비례대표 증원 문제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도입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거나 지역구 의원 수를 줄여서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수가 비슷해지도록’ 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가 어느 정도 균형이 맞아야 한다. 비례대표 의석수가 적으면 그만큼 민주당이 영남에서, 새누리당 또는 진보정당이 호남에서 얻을 수 있는 의석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역구도 해소라는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
독일은 지역구 의원수와 비례대표 의원수를 50 대 50(지역구 299석+비례대표 299석=598석)으로 균등하게 선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50 대 50으로 균등하게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불가피하게 현재의 지역구 의석을 줄이거나 비례대표 의석수를 대폭 늘려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수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역구를 대폭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만 대폭 늘릴 경우 현역 국회의원의 반발, 지역대표성 약화, 농촌지역의 광역화, 보스정치·파벌정치 부활 우려 등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지역구 축소폭을 적게 하면서 비례대표를 일정 정도 늘리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적은 편이긴 하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5년 7월 29일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등을 거론하면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더라도 지역구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략 비례대표 의원수를 120~150석 규모로 늘리는 게 적정해 보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보다 비례대표 의석이 66~96석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 의원수 증가에 따른 국민들의 반대 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비례대표 의원 증가 규모는 이 제도를 도입할 때 얻어지는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주권 실현이라는 강력한 명분에 대한 ‘국민적 동의 수준’에 따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사실 국회의원 숫자는 정치개혁의 핵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떤 제도가 우리 시대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최적의 대안인가가 핵심적 의제가 되어야 한다.
‘원래 할 일이 없어서 놀고먹는 것’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도 놀고먹는 것’과의 차이도 구분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는 당연히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일을 잘하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하거나 일을 잘할 사람을 뽑거나 교체하는 게 정답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세계 15위의 경제 규모, 경제민주화·노동문제·남북관계·국정감시 등 산적한 과제들을 감안하면 ‘일만 제대로 한다면’ 국회의원 수가 오히려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경제규모 등 사정이 비슷한 나라 중에도 우리보다 국회의원 정수가 훨씬 많고 양원제까지 있는 나라도 있다. 반면 우리보다 적은 나라도 있다. 의원 정수가 정치개혁의 절대적 기준이나 핵심은 아니다.
비례대표 명부 작성의 비민주성 개선
일부에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도입 자체에는 긍정적이지만, 각 정당의 비례대표 명부와 순위 결정에 있어서 당 대표 및 당 지도부의 자의적·독단적 결정이나 매관매직, 부정투표 등과 같은 형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로 정당명부제 도입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정당명부 작성의 투명성, 민주성 등의 문제가 반드시 동시에 해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당명부 작성을 위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정당명부 후보자 결정은 각 정당의 중앙위원회 등 중앙당에서 명부에 포함될 후보자들을 결정하고, 명부상의 후보 순위는 당원 혹은 각 정당의 내부 규약이 정하는 국민참여 선거인단 등을 통한 투표를 통해서 결정하도록 하고, 이 순위 결정 투표 과정을 중앙선관위가 위탁 관리·감시하도록 한다면 정당명부 작성에서 생겨나는 비민주적 부작용들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중앙당의 중심적인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당내에서 민주적 절차에 의해 후보를 선출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당내 민주화와 참여의 제고라고 하는 정당개혁의 취지와도 부합된다.
선출 지역의 범위와 진입장벽(봉쇄조항)
정당명부 선출 지역의 범위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전국적 수준의 정당 득표에 의해 총 의석수를 결정하되, 권역은 6개 정도의 광역 선거구(예컨대, 서울, 경기-인천-강원, 충남-충북-대전, 전남-전북-광주-제주, 경북-대구, 경남-울산-부산) 등으로 나누어 선발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독일은 3석 이상 지역구 의석을 획득하거나 정당투표 득표율이 5%를 넘어야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이른바 ‘진입장벽(봉쇄조항)’을 두고 있는데, 우리도 군소정당의 난립을 막기 위해 일정 수준의 진입장벽 설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행대로 3% 유지 또는 소수자 대변 정당의 원내 진입을 위해 2%로 낮추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개악’
중대선거구제는 당선자별로 득표율 편차가 커서 매우 낮은 득표율에도 당선될 수 있는 소수대표(과소대표)의 문제가 발생하고, 특정 정당의 강세 지역에서 복수공천 등으로 인해 지역구도 해소에도 별 효과가 없을 뿐더러, 훨씬 광범위해진 지역구로 인해 후보자의 선거운동에도 막대한 돈이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이 ‘돈 정치’, ‘파벌정치’, ‘세습정치’가 횡횡하는 등 기득권 세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이 때문에 극소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제도를 택한 민주국가는 거의 없다. 일본과 대만도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다 부작용과 폐해가 심해 이를 폐지하고, 지금은 소선거구제 지역구 선거와 정당투표를 혼용하는 1인2표제 선거제도로 변경했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마디로 ‘개악’이다.
우리 정치인들의 독일식 정당명부제 관련 주장들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우리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이상적인 선거제도로 자주 거론돼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9년 2월 24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여야의 전국정당화 방안으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기하면서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김 전 대통령은 “지금의 선거체제로는 지역구도 타파가 쉽지 않다”며 “모든 정당의 전국정당화 기틀 마련을 위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돼야 한다”(1999.4.15.연합뉴스)고 말해 줄기차게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과 대연정 제안 당시에는 중대선거구제를 제기했지만, 나중에는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도 있다”(2005.7.29.오마이뉴스)고 말해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제기한 바 있다.
새누리당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03년도에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제안한 바 있으며,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05년 7월 31일 17대 총선 결과를 가지고 모의실험을 한 결과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지역구도 해소 효과가 거의 없다”며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실시해야 한나라당도 호남에 의석 진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도 2009년 11월 16일 한 토론회에서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도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2007.7.19. CBS라디오 인터뷰)고 말한 바 있으며, 특히 이해찬 전 총리는 2009년 10월 5일 아예 “지역구를 없애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지역주의를 타파할 수 있다”(네델란드·이스라엘 방식의 완전 정당명부비례대표제)고 주장한 바 있다.
천정배 의원도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제도로 가야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다”(2010.8.2.폴리뉴스 인터뷰)며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제기했다.
특히 강운태 광주시장은 의원 시절인 2009년 8월 16일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채택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강 시장은 “헌법을 고쳐 상·하양원제나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보다도 먼저 지역구도를 타파하기 위한 선거구제 개편이 옳은 순서”라며 “지역구도의 타파를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비롯한 다양한 대안을 고려할 수 있으나, 중·대선거구제 역시 국민의 지지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현행 소선구제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제약이 많기 때문에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고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강운태 의원은 “우리나라는 총 299석 중 비례대표 의석이 54석에 불과하여 이를 16개 시도로 나눌 경우 지나치게 협소해지는 단점이 있으므로 비례대표 의석을 대략 2배수(112석)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를 기존의 지역구에서 조정하는 경우에는 선거구 조정에 따른 이해득실로 자칫 정치권의 합의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국회의원 총원을 늘려 비례대표 의원수를 증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지역구도 타파라는 명분이 뚜렷하면 국민도 동의해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끝)
[참고자료] 정동영 정치개혁 행보-독일식 정당명부제
▲2007.11~12 - 17대 대통령선거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공약
*정당명부식 비례대표국회의원제도를 도입하고, 전문성 확대를 위해 비례대표국회의원의 비율 확대
▲2010.9.8 - 정동영 2010년 민주당 당대표 출마선언문
"지역구도 타파와 민심의 정확한 반영을 위해 '독일식 소선거구제' 관철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
▲2010.9.15 - 정동영, 민주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대구·경북지역 기자간담회
"저는 당대표가 되면, 독일식 소선거구제를 당론으로 채택하는 노력를 하겠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염원이었고, 독일식 소선거구제를 통해서 영남에서도 지역 득표율에 따라서 의석이 나올 수 있는 제도로의 전환을 추진하겠습니다. 한나라당이 응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선 당내에서 영남에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습니다."
▲2010.11.23 - 정동영, 내일신문 창간 17주년 인터뷰
"독일식 소선거구제로 바꾸면 지역구도를 넘어선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도 하고 싶었는데 한나라당이 반대해서 못했다. 그것이 급하다. 그래서 선 지역구도 극복, 독일식 소선거구제 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라는 명칭이 어렵다. '소선거구제인데 독일식'이라고 개념을 규정했다. 영남에서 정당득표만큼 민노당, 민주당이 의석을 가져가고, 호남에서 한나라당이 얻은 만큼 가져가라는 것이다."
▲2012.1.19 - 정동영 "저는 독일식 정당명부제 지지자입니다"
"저는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지지잡니다. 근본적 개혁을 밀고 가야지 이런 식으로 한나라당이 선호하는 땜질식 석패율제는 중단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 [관련기사] 트윗발 ‘석패율 민란’에 민주당 화들짝
▲2012.10.22 - [성명서] 정동영, 정치쇄신 위해 '독일식 정당명부제' 제안
"그간 한국의 정당정치는 지역중심 인물중심으로 운영돼 왔고 가치중심, 생활중심 정치는 껍데기만 남았습니다.
이제 기존 정당의 기득권을 해체해 지역정당 구도를 극복해야합니다.
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의에 비례해서 의석 숫자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정당명부식 권역별 비례대표 제도로의 일대 전환이 요구됩니다. '독일식 소선거구제도'라고 이름 붙일 수 있습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바라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정치과정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특정지역에 대한 특정정당의 독점을 깨고 정당간 경쟁도 민주화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기능부전 상태에 빠진 정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결단이 불가피합니다."
'정동영의 말과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쇄신해야 차별없는 세상 온다 (0) | 2012.11.02 |
---|---|
정동영 "文-安 단일화? 정권교체 이유에 먼저 답해야" (0) | 2012.10.31 |
정동영, 남북경제연합위원회․민주통합당 외통위 위원 합동회의 브리핑 (0) | 2012.10.23 |
정치쇄신으로 대한민국을 새롭게 합시다! (0) | 2012.10.22 |
남북경제연합위원회 2차 실무위원회 서면브리핑 (0) | 2012.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