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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개성공단 따라가면 통일 기다리고 있다”

[김능구의 정국진단]정동영① “개성공단 따라가면 통일 기다리고 있다”

“지금 생산액 6조원, 완공되면 100조원...남북 경제통합으로 간다”

2013.05.09  정찬 기자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의 가치는 단순한 경제협력을 위한 공단을 넘어선 남북한 통일로 인도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땀과 노력이 깃든 곳이다. 지난 17대 대선후보 시절 그는 자신을 ‘개성동영’으로 지칭하며 남북화해의 길을 넓혀 한국의 유라시아 대륙진출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동영 전 장관은 지난 8일 오후 존폐 기로에 선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의 [정국진단]인터뷰에서 독일통일의 설계자로 1970년 동서독 정상회담 당시 정무장관을 지낸 에곤 바르 박사의 말을 인용하며 개성공단이 통일로 가는 길을 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곤 바르 박사는) 한국의 통일 모델은 독일도 베트남도 아니고 한국형 모델이어야 한다며 그것이 개성공단 모델이라며 개성공단을 따라가다 보면 경제통합, 경제통일이 먼저 올 것이고 그 끝에 통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성공단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사실관계를 바로 잡을 것이 있다. 개성공단 생산액수가 5천억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1/10로 축소된 것이다. 실제는 5조 내지는 6조원이다. 원자재와 부자재는 빼고 임가공, 노동비, 전기비, 세금, 관리비만 5천억이라는 것이다. 실제 생산액은 여기에 12배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성공단이 완공되면 생산총량의 가액은 100조원, 1천억 달러이다. 북한 전체 경제가 한국은행 통계로 200억 달러이다. 개성공단이 제대로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개성공단이 북한 경제 전체보다 더 크다”며 “이것을 키우는 것이 평화를 만드는 것이고 통일비용 줄이는 것이고, 우리의 일자리를 만들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 전 장관은 남한내 개성공단 폐쇄를 주장하는 보수언론이나 보수층의 인식에 대해 “그분들은 화해와 협력보다는 북한이 붕괴돼야 하고 붕괴시킬 수 있다는 입장에 서 있다.그러나 상대방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은 망상”이라며 “서로 공존하자는 세계사적 전환이 1990년대 이뤄졌고 남북한도 2000년대 들어 서로 상호공존의 역사적 대전환이 진행됐다. 그럼에도 아직도 시대적 역사적 조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의 폐쇄 가능성에 대해선 “재가동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북한과 박근혜 정부 모두 폐쇄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구상은 개성공단 없이는 밀고 나갈 수 없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한반도 프로세스는 좌초된다”고 말했다.

북한 붕괴론은 망상, 지금은 상호공존의 역사적 대전환기

▶ 장관님께선 평화의 상징이던 개성공단 산파역을 담당하셨는데 지금 존폐의 기로에 몰렸다. 국민들도 이로 인한 불안감이 큰 상황인데?

- 겉으로는 평온해도 국민들이 느낀 심리적 충격은 컸다고 본다. 김대중-노무현 민주정권 10년 동안 남북관계가 적대에서 화해로 전개됐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최소한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을 것이란 기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그게 아닐 수 있다. 실질적인 전쟁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물음표가 생겼다. 개성공단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태 와중에서 매일 1천여명의 인원이 오갔는데 이게 덜커덕 닫히는 것을 보면서 심리적 충격으로 다가간 것 같다.

▶ 개성공단을 두고 보수층에서는 대북 퍼주기의 상징으로 바라봤다. 이러한 시각이 배경이 돼 정부가 강경책으로 갈 것이란 시각까지 나오는데?

-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의 입장에 서 보려고 애를 써봤다. 그분들은 화해와 협력보다는 북한이 붕괴돼야 하고 붕괴시킬 수 있다는 입장에 서 있다. 이는 한국전쟁이란 뿌리에서 비롯된 증오와 적대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은 망상이다.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자는 세계사적인 전환이 1990년대 이뤄졌고 남북한도 2000년대 들어 서로 상호공존의 역사적 대전환이 진행됐다. 그럼에도 아직도 시대적 역사적 조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 보수언론의 반북적인 정서가 담긴 보도가 이번 개성공단 사태를 강경으로 가게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 언론이 참 중요하다. 며칠 전 케이블 방송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두고 류창근 개성공단입주협회 부회장과 얘기를 나눴다. 류 부회장이 정부가 잔류인력 철수란 중대조치를 할 때 업체들에 사전에 한 마디도 안 해줬다고 섭섭해 했다.

또 류 부회장이 언론에서 북한 개성주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쑥을 뜯어 먹는다는 보도한 것이 중대조치 결정에 발단이 됐다고 말하더라. 개성공단 근처 삼봉천 냇가 주변이 쑥밭이라 해마다 주민들이 봄철이면 쑥을 뜯는다. 특히 올해는 공단이 안 돌아가니 많은 사람들이 낮에 쑥을 뜯으러 나갔는데 이를 두고 식량이 없어 쑥을 뜯어먹는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입주업체 관계자에게 물어봤으면 그런 말이 안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제가 사전에 철수조치를 안 알린 것보다 정책을 결정할 때 그 바탕이 되는 사실관계 정보가 정확해야 하는데 그 정보가 정확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 정보에 왜곡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5년간 정체에 북한도 강한 불만...개성공단 재가동 확신한다

   
 
▶ 한편 북한 쪽 입장에서도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실망감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 사실이다. 개성공단 9년의 역사에서 북한은 만족스럽게 평가하기보다는 불만을 표출해왔다. 개성공단에 대해 북한은 경제사업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민족화해를 위해 군사적으로 양보한 민족사업이라고 말한다. 실제 그런 측면이 있다.

개성은 북한에게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이다. 이곳을 터준 것이다. 그러면서 기대한 것은 개성공단을 중국의 경제특구보다 규모가 나은 세계적 공단으로 만들겠다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약속이었다. 애초 정 회장은 황해도 해주를 요구했는데 6.15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성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진행된 것이다. 당시 정 회장은 개성이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 깜짝 놀랐다고 했다.

북한은 세계적 공단을 기대해 내준 것인데 그게 안됐다.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이 2007년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의 수준이 섬유봉제 중심의 노동집약 임가공에 머물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노무현 대통령에 털어놓기도 했다.

그런데 2007년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력은 좀 늘었으나 규모와 질 모두가 5년 동안 남북관계처럼 동결돼 버렸다. 거기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이번에 불똥으로 튄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012년까지 경남 창원 정도규모의 공단으로 간다는 설계였다. 북한으로선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 북한의 불만과 남한 쪽의 보수적 분위기가 맞물릴 경우 개성공단이 진짜 폐쇄의 길로 갈 수 있는 우려가 있는데?

- 현재로서는 불안한 상태이지만 저는 개성공단은 재가동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제가 개성공단 산파역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남과 북 모두 폐쇄를 원치 않는다. 북한과 박근혜 정부 모두 폐쇄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구상은 개성공단 없이는 밀고 나갈 수 없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한반도 프로세스는 좌초된다.

▶ 여론조사를 보면 정부의 개성공단 잔류인력 철수에 대한 지지가 60%선으로 나오는 한편 개성공단 폐쇄에는 반대 의견이 높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 이중적으로 보이지만 자연스런 면이 있다. 국민들은 방송 등 매체들을 통해 정보를 판단한다. 이를 보면 북한이 먼저 개성공단을 닫는 조치를 취했다. 그래서 정부의 잔류인원 철수에 속시원해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저는 국정 운영을 그렇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을 커진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다. 물론 북한이 통행을 차단한 그 자체는 패착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과 정부는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관리하는 책임과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 개성공단 문제는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인 차원은 아닌 것 같다. 박근혜 정부에 맡겨만 둬서도 안 될 것 같은데?

- 개성공단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저는 야당 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함께 범국민운동 차원에서 당이 중심이 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그냥 개성공단이 아니질 않은가?

개성공단 완공되면 100조원 생산, 개성공단 따라가면 통일 기다리고 있다

▶ 개성공단이 단순한 하나의 공단이 아니라는 의미인데?

독일이 1990년 통일됐다. 그 단초에는 1970년 동서독 정상회담을 이끈 블란트 수상이 있었고 브란트 곁에는 정무장관으로 독일 통일 설계사인 ‘에곤 바르’ 박사가 있었다. 닉슨에겐 키신저가 있었다면 블란트에겐 에곤 바르가 있는 셈이다.

제가 2006년 베를린 대학에 가 있을 때 에곤 바르를 만나 개성공단 얘기를 했더니 그는 ‘내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정책이다. 내가 동방정책을 설계할 때 동독에 서독의 공단을 집어넣는다는 것을 생각도 못했는데 이건 놀라운 창의력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보기에 한국의 통일 모델은 독일도 베트남도 아니고 한국형 모델이어야 한다며 그것이 개성공단 모델이라며 개성공단을 따라가다 보면 경제통합, 경제통일이 먼저 올 것이고 그 끝에 통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폴리뉴스>를 통해 개성공단에 대한 사실관계를 바로 잡을 것이 있다. 개성공단 생산액수가 5천억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1/10로 축소된 것이다. 실제는 5조 내지는 6조원이다. 원자재와 부자재는 빼고 임가공, 노동비, 전기비, 세금, 관리비만 5천억이라는 것이다. 실제 생산액은 여기에 12배를 해야 한다.

123개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 5조 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개성공단이 완공되면 생산총량의 가액은 100조원, 1천억 달러이다. 북한 전체 경제가 한국은행 통계로 200억 달러이다. 실제로는 100억 달러라는 평가도 있다.

개성공단이 제대로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개성공단이 북한 경제 전체보다 더 크다. 그러면 북한이 이것을 닫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이를 꽁꽁 묶어버렸다. 원래 구상했던 것의 1/20, 1/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것을 키우는 것이 평화를 만드는 것이고 통일비용 줄이는 것이고, 우리의 일자리를 만들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가치는 경제적 가치, 군사적 가치, 미래적 가치 세 가지이다. 경제적 가치는 북의 양질의 노동력과 토지가 결합해 우리 중소기업들에 회생의 창구가 된다는 의미이고 군사적 가치는 북의 군사적 요충지를 평화지대로 만들면서 수도권이 안전해졌다는 것이다. 미래적 가치는 북이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면 비용 없는 통일로 가게 된다는 의미이다.

 

[김능구의 정국진단]정동영② “9.19, 北이 핵포기 선언한 딱 한 번의 전략적 결단”

“미국, ‘전략적 인내’ 포기할 것...동북아 변화의 키 박근혜가 쥐었다”

 
▲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9.19공동선언은 북한이 북핵 역사 20년 동안에 스스로 핵포기를 하겠다고 한 딱 한 번의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9.19 공동선언을 언급하면서 2005년에 나온 9.19 선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9.19 선언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지난 2005년 6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6.17 회동을 통해 이뤄낸 것이다.

정 전 장관은 8일 오후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정국진단]인터뷰에서 9.19 선언이 나온 과정을 설명하면서 “북핵 역사 20년에서 딱 한번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전략적 결단을 한 적이 있다. 그 산물이 2005년 9.19공동선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개발 중인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고 했다.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미국이 북한과의 수교와 평화협정 이행을 약속했다. 이것이 9.19공동선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케리 장관이 서울과 북경에서 9.19를 이야기 했다. 이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다시 9.19로 돌아간다는 것은 작게는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짝을 이루는 것이다. 크게 보면 한반도의 냉전체제의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8일 나온 한미정상회담의 결과와 관련해 미국이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 여부에 대해 “미국은 북한 핵이 통제 가능한 위협으로 봤다. 그러나 이제는 통제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케리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 순방 후 하원 청문회에서 ‘전략적 비인내’란 말을 사용한 것 아닌가? 미국은 결국 대화와 협상으로 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변화에 의해서 남북관계는 1기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선순환의 조건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키를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강한 원칙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포괄적으로 나가면 미국과 중국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또 그는 “박 대통령이 한국의 닉슨이 되려면 한국의 ‘키신저’가 있어야 한다. 닉슨의 머리 속에 원래 있던 것이 아니라 키신저가 닉슨의 머리 속으로 입력한 것”이라며 “북한을 국제사회의 성원으로 참여시키고 냉전을 해체하는 큰 그림 큰 구상을 그릴 키신저가 지금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누가 키신저인지 잘 안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박근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입구 있어야, 그것은 개성공단 재가동

▶ 장관님께서는 개성공단 문제해결을 위해 박 대통령의 독트린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다. 개성공단 문제 해결과정을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 그렇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낱말은 신뢰이다. 신뢰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최고지도자간의 약속이다. 남북간에는 4대 약속이 있다. 1972년 7.4 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 공동선언, 2007년 10. 4선언이다. 이는 정상간의 약속이다. 이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가동하기 위해선 그 입구가 있어야 한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는 것이다. 새로운 구상이나 지름길 있는 것은 아니다. 4대 약속 실천 자체가 신뢰 최선의 방안을 모두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 개성공단 사태는 이명박 정부의 금강산 관광중단, 5.24봉쇄 조치 등의 정책들과 맞닿아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대북조치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 당연하다. 왜냐 이건 비정상이다. 지금 42년 전으로 돌아갔다. 전화선도 없고 모든 인적-물적 교류가 끊긴 1971년 남북적십자 회담 이전으로 돌아갔다. 모든 것이 다 끊어진 서로가 완전 절연상태이다. 이 비정상을 타개해야 한다. 이는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라 지난 5년 동안 정책기조 속에 만들어진 것이다.

우선 1988년 올림픽 때 한반도 안정과 평화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7.7선언을 했다. 상호 인적, 물적 교류를 하고 교역과 교류 왕래를 제안한 것이다. 지금 그런 정신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모든 교류가 끊긴 상태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서로 오고가고 물건을 사고팔고 만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 개성공단 폐쇄 전 북한은 로켓발사, 핵실험에 이어 도발위협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였다. 북한이 이처럼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지난 5년간 남북관계가 냉탕의 시대, 적대관계로 돌아간 그 피로의 누적이 근본원인이다. 또 과거 1,2차 핵실험 때는 군사훈련이 이렇게 붙어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핵실험에 이어 키리졸브 훈련, 독수리 훈련 등이 공교롭게도 붙어 있었다.

아쉬운 것은 북한이 4번째로 로켓발사를 했을 때 이번에는 굳이 안보리 제재 2087호로 끌고 갔다. 과거 1, 2, 3차 로켓발사 때도 안보리 제재로 가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역할을 했다. 이에 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해 3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이어 유엔제재가 또 있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 1991년 비핵화 선언 이후 22년 만에 핵우산이 전개됐다. 이번에 B52 핵 폭격기, 레이더에 잡히지도 않으면서 16발의 핵 미사일을 투하할 수 있는 B2 스텔스 핵전투기가 뜨고 핵 잠수함이 한반도 해역에 왔다.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세 가지 중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외한 두 개가 한반도에 왔다. 이렇게 온 상황이 손바닥을 탁 부딪치면서 개성공단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북 도발과 보상 악순환 고리 끊자?...북핵에 대한 그릇된 규정

▶ 참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북한문제와 개성공단 사태의 해법을 어떻게 가져가야 한다고 보는가?

- 전제가 있다. 그릇된 개념과 규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즉 북이 도발하면 타협, 보상하고 다시 북이 도발하면 타협하는 이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고 보수 쪽에서 흔히 말하는데 이는 잘못된 얘기라는 것이다. 핵문제와 관련해선 그릇된 규정이다.

북한핵의 역사는 20년이다. 1993년 1차 핵 위기, 2003년 2차, 2013년 3차 핵 위기로 공교롭게도 10년마다 있어왔다. 그런데 1993년에는 진짜 보잘 것 없었다. 미신고한 플로토늄이 얼마나 있나 정도다. 지금은 핵실험 3번에 운반수단 시험까지 성공했다. 질량적으로 엄청나게 커진 것이다.

그 20년 기간을 살펴보면 서로 대화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북의 핵개발능력이 중단됐다. 그러나 대결과 대치상태로 들어가면 북한은 핵능력 증강에 질주했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최대한 핵능력을 키워왔다. 핵실험 2번 로켓발사 3번 우라늄 농축 등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개발했다.

그 기간 동안 미국의 정책은 ‘전략적 인내’라고 포장했지만 사실 ‘무시와 방치’였다. 북핵 역사 속에서 북한에 써본 수단은 ‘대화와 협상’, ‘무시와 방치’, 1994년의 ‘군사적 선택’ 3가지다. 이 중 ‘군사적 선택’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1차 핵 위기 때 확인했다. 우리도 받아들일 수 없고 불가능하며 용납돼서도 안 된다. 이는 한반도 핵전쟁을 감수한다는 의미다. 이 선택지는 영원히 삭제돼야 한다.

남은 것은 ‘무시와 방치’ 속에 북한을 압박하고 봉쇄해야 하느냐, 아니면 북한과 대화와 협상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답은 당연히 ‘대화와 협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2013년 핵 위기는 지난 1, 2차 핵 위기 때보다 훨씬 더 복잡해지고 난이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9.19공동선언, 북핵 20년 동안 北이 핵포기를 선언한 딱 한 번의 전략적 결단

▶ 존 케리 국무장관이 한국과 중국을 방문하면서 9.19공동선언을 언급하면서 9.19 선언에서 나온 해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의 핵 포기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9.19 선언은 당시 장관님께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나온 것인데?

- 케리 장관이 이번에 방한하면서 9.19를 얘기했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은 9.19의 9자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오바마 1기 정부도 9.19를 제쳐놓았었다. 북핵 해법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다만 9.19 당시에는 운반수단에 대해선 규정하지 않아 지금 시점에서 다시 적용할 때는 이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북핵 역사 20년에서 딱 한번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전략적 결단을 한 적이 있다. 그 산물이 2005년 9.19공동선언이었다. 이 선언의 핵심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핵을 포기하겠다고 공표한 것이고 이를 통해 북한은 핵심적인 두 가지 북미수교와 평화협정 체결을 얻는 것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있다면 경제지원이다.

이 9.19는 개성공단과 연결돼 있다. 개성공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북의 생존전략이 개성공단과 9.19에 걸쳐져 있다는 뜻이다. 개성공단이 실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2004년 12월이었다. 북한은 김대중 정권 5년 노무현 정권 3년, 이 8년 동안의 신뢰 속에서 남북 협력과 공조로 자신의 체제 안전보장, 경제번영 두 가지 목표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선택한 것이다.

9.19가 나오기 3개월 전인 2005년 6월 17일 평양에서 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5시간 만나 회담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핵문제를 가지고 토론했다. 남북 고위당국자나 정상급 회담에서 핵문제를 가지고 얘기를 나눈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2000년 정상회담에서는 제네바협정이 가동 중이었기 때문에 북핵문제가 의제가 아니었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는 2.13합의란 것이 가동되고 있어 핵 문제가 현안이 아니었다. 2005년 6.17 저와 김정일 위원장간 식사를 겸한 5시간 회담에서 제가 한 핵심적인 이야기는 북한이 6자회담 돌아오라, 그리고 핵을 놓고 남북이 통 큰 협력을 하자는 두 가지였다.

6.17회담은 이후 남북한 통 큰 조치를 하는 계기였다. 남한이 먼저 북한 선박의 한반도와 제주도 사이의 제주해협 통과를 허용시켰다. 그러면서 북이 6자회담 복귀했다. 또 북한은 2005년 8.15 광복절에 대표단을 남한에 보내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통 큰 조치를 했다. 동작동 국립묘지는 6.25 전몰장병이 모셔져 있다.

여기에 헌화 참배한다는 것은 6.25의 상처를 넘어서자는 의미이다. 이어 북한은 남한의 관광객 1만 명을 자신의 체제 선전극 ‘아리랑’에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요즘 같으면 씨알도 안 먹히는 요구인데 우리는 수용했다.

그러면서 저와 김정일 위원장과의 6.17 회담에서 정상회담도 합의했다. 2차 정상회담을 서울에서 개최한다는 6.15의 약속을 그때 공식적으로 취소했다. 서울에서 안 해도 좋다고 북한에 통보하고 장소는 김정일 위원장이 선택하라고 했는데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8.15때 내려 보내는 대표단을 통해 통보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남북한간 통 큰 조치가 오고가면서 북한이 6자회담을 복귀하고 핵을 포기하겠다는 9.19 결단을 내린 것이다. 북한은 선언에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개발 중인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고 했다.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미국이 북한과의 수교와 평화협정 이행을 약속했다. 이것이 9.19공동선언이다.

이번에 케리 장관이 서울과 북경에서 9.19를 이야기 했다. 이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8년 동안 9.19가 초반에 좀 가다가 서 있었다. 다시 9.19로 돌아간다는 것은 작게는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짝을 이루는 것이다. 크게 보면 한반도의 냉전체제의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은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 2005년 9.19를 이끌어냈던 것처럼 남한 정부의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전제될 때 9.19의 복원과 한반도 냉전해체가 시도될 수 있을 것이다. 9.19가 나오는 과정에 2004년 개성공단이 가동을 시작하고 2005년 6월 특사 파견, 정상회담에 대한 합의 등 일련의 노력들이 있었다.

박근혜, 북미와 남북 적대와 냉전 해체하면 한국의 ‘닉슨’ 된다

   
 
▶ 장관께선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국의 ‘닉슨’이 되라고 주문하셨다. 과연 박 대통령이 중국과의 데탕트를 추진한 미국의 닉슨 대통령과 같은 결단을 내리고 실천할 것으로 보시는지?

- 반반이다. 저는 한국의 닉슨이 되라고 자꾸 얘기한다. 닉슨은 보수적인 극우 반공주의자였다. 오히려 그렇기에 국론 분열 없이 중국과의 관계정상화를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다. 그런 것처럼 박 대통령에게도 두 가지의 기대요소가 있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7.4공동성명과 자신이 평양에 가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만났다는 것 이 두 가지가 기대요소이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한반도의 적대적인 냉전구조를 해체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와는 지금 적대관계가 아니지 않은가. 지금 북한과 미국이 적대를 해소하고 남북간의 적대를 화해로 되돌리면 냉전이 해체된다. 이것을 해내면 박 대통령은 한국의 ‘닉슨’이 되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으면 냉전은 해체되지 않는다.

▶ 2기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면서 남북한 관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 미국도 우리도 첫 번째는 관심사는 자신의 국익이다. 미국과 한국의 국익이 맞을 때도 있지만 안 맞을 때도 있다. 부시 정권 때는 미국과 한국이 충돌했다. 부시 정권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폭정의 전초기지로 규정하고 압박과 봉쇄에다 군사적 선택까지도 검토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한국이 북한과 대화한다면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며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은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풀어야할 숙제는 더 까다로워지고 어려워진 점이 있다.

1993년 핵 위기가 있었을 때 이를 북미 제네바회담을 통해 풀었다. 당시 한국 외교관이 한 일은 회담장 주변을 배회하면서 정보를 얻어듣는데 그쳤다. 우리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역할이 없었다. 우리 외교사의 수치스런 장면이다. 지금 미국은 우리보고 나서라 한다. 나서려면 북한과 소통해야 해야 가능하지 않은가. 여기에 답답함이 있고 또 여기에 열쇠가 있다.

▶ 미국 내에서도 개성공단 폐쇄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 차관보도 비슷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데?

- 미국 국내 여론은 다양하다. 미국언론 중 씨엔엔(CNN)은 개성공단을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표현하는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앓던 이가 빠졌다’는 식으로 말한다. 정책 결정에서도 국무부와 국방부는 다르다. 국무부는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고 국방부는 늘 근육의 힘에 의지하는 속성을 갖고 있어 강경 목소리가 많다.

북핵과 관련해서도 부시정부 8년 동안 6년은 강경파가 주도하고 2년은 협상파가 주도했다. 딕 체니 부통령을 정점으로 럼스펠드 국방장관, 볼턴 국무장관 등이 대외 정책을 주도하면서 대북강압 봉쇄정책을 폈다. 그 결과로 북한은 1차 핵실험까지 간다.

부시정부 나머지 2년은 협상파 주도로 2005년 9.19선언을 실행하는 기간이었다. 상징적으로 북한은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해 사용 못하게 하는 조치를 했다. 이에 상응해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빼주게 된다. 이처럼 북핵문제는 ‘행동 대 행동’의 원칙 속에서 한 계단 한 계단 나아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 압박과 대결정책으로 돌아서면서 대화와 협력은 스톱했다. 이에 북한은 핵 능력 강화에 집중하는 시간과 공간이 열리게 된 것이다.

미국, ‘전략적 인내’ 포기 쪽으로 선회...동북아 변화의 키 박근혜가 쥐고 있다.

▶ 오늘(8일)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발표된 회담 내용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원칙이 강조되고 미국 오바마 1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였던 ‘전략적 인내’ 정책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비춰지는데?

- 힘의 크기와 이해관계의 크기로 보면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우리가 당사자지만 미국이 제일 중요하다. 오바마 정부 1기 정부와 2기 정부는 다르다. 2기는 북한에 대해 더 이상 ‘무시와 방치’로 가기 어렵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미국은 북한 핵이 통제 가능한 위협으로 봤다. 그러나 이제는 통제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과거 북핵 수준을 장난감으로 봤는데 이제는 장난감이 아니라 운반수단과 우라늄 농축까지도 시험했기 때문에 통제 가능한 수준을 벗어났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여론이 중요하다. 미국 언론들이 북한을 집중보도하면서 미국 국민들도 본토가 핵 미사일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다는 위협을 쿠바 미사일 이후 처음으로 가졌다. 더 이상 무시와 방치로 갈 수 없다. 그래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 순방 후 하원 청문회에서 ‘전략적 비인내’란 말을 사용한 것 아닌가?

미국은 결국 대화와 협상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또 양자든 6자든 대화하자고 나섰다. 실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쪽이 중국 외교부 우다웨이 6자회담 대표를 만났고 우다웨이는 이 평양에 가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남북이 끊어져 있으면 발목 잡는 효과가 있어 대화가 잘 안돌아가게 돼 있다. 남북의 적대가 북미대화를 끌고 가는데 장애요소이고 성가신 존재이다. 그래서 미국이 남북 대화를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고 중국은 더 적극적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변화에 의해서 남북관계는 1기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선순환의 조건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키를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강한 원칙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포괄적으로 나가면 미국과 중국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박근혜에게 ‘키신저’가 필요...그러나 지금 안 보인다

▶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이 김장수 실장과 김관진 국방장관 등 국방안보라인이 주도하는 듯하다. 상대적으로 과거보다 통일부의 목소리는 작은데?

- 민주정부 시절에는 워낙 많은 소통과 협력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번 중대조치 발표할 때 모였던 외교안보장관 회의에 북한을 가보거나 북한과 대화해 보거나 북한을 안다는 사람은 딱 한 사람이다. 박근혜 대통령뿐이다. 김장수 실장이 수행하러 가 악수 한 번 한 것 말고는 북을 안다든가 협상해봤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기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분들은 비슷한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집단사고를 하면서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 여담이지만 지난번에 김병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지 않았다면 개성공단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저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 후보자가 쓴 글을 보면 북한을 상대할 때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북한이 먼저 출경금지조치를 취했지만 국방부가 이에 인질 구출작전이니 신중하지 않은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개성공단 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 인수위원회 시절 대북관계를 온건하게 풀려는 최대석 인수위원의 낙마도 아쉬운 부분인데?

-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최 위원의 낙마에 대한 사실관계가 안 나왔다. 그 부분을 보면 대단한 정부다. 최 교수가 나름대로 의견도 있고 그림을 가진 것 같았는데 아쉽다.

▶ 지금 정부나 청와대에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실천을 기획하면서 대통령을 보좌할 사람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 박 대통령이 한국의 닉슨이 되려면 한국의 ‘키신저’가 있어야 한다. 닉슨의 머리 속에 원래 있던 것이 아니라 키신저가 닉슨의 머리 속으로 입력한 것이다. 북한을 국제사회의 성원으로 참여시키고 냉전을 해체하는 큰 그림 큰 구상을 그릴 키신저가 지금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누가 키신저인지 잘 안 보인다.

 

[김능구의 정국진단]정동영③ “김한길, 박근혜 천막당사 배워야”

“朴대통령 복지-경제민주화? 국민들이 속았다는 느낌 가질 것”

 
▲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새로 출범한 김한길 대표체제에게 당의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선 지난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천막당사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17대 대선 패배 이후 정치에 복귀하면서 ‘현장’과 ‘서민의 정치’를 표방하면서 약 3년 이상을 서민들의 갈등과 투쟁의 현장에서 살았다. 그러면서 민주당 강령에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확고히 뿌리내리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8일 오후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정국진단]인터뷰에서 위기 속에 빠진 민주당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출된 김한길 대표에게 “하방론이다. 여의도에 머물러 있을 경우 탁상공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지금 있는 영등포 당사 뜯어버리고 천막을 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4년에 했는데 우리도 배울 건 배우자”라고 당부했다.

또 그는 자신이 정계에 복귀하고 민주당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추진한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이미지가 된 데 대해 “이것을 박근혜 대통령이 가져갔다. 원저작권은 있는데 이것을 체화하지 못했다. 제목만 있지 알맹이는 상대편이 가져가 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난 뒤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에 어울리는 경력이나 생각을 가진 인물이 한 사람도 안 보인다. 국민들이 속았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것 같다”며 그 실천에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한 민주당 내의 활동에 대해서도 “6.15 주역인 임동원 장관과 박지원 의원 10.4선언의 주역이었던 문재인 의원과 이재정 장관 등과 모여서 이야기했다”며 “포괄적 접근을 해야 한다. 금강산관광 금지와 북이 취한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한 데 묶어 동시에 푸는 방향으로 북한에 대화를 제안하는 것이 좋겠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대 야당 중 가장 크고 강해...정신 차려 역할해야

▶ 한편 이번 사태 속에서 민주당은 자기 목소리를 낸다고 냈으나 국민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남북관계를 주도한 정당이 맞는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 많던 전문가들의 역량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데?

- 아픈 지적이고 당연한 지적이다. 당이 과도기체제라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 김한길 대표체제가 출범했으니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제가) 이에 대한 주문도 했다. 개성공단 문제는 현 정권과 민주당이 두드러지게 차이나는 정책과 철학의 대조점이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재가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한길 대표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야당도 진용을 갖췄으니 개성공단, 진주의료원 등 현안해결에 나설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역대 야당 시절에서 가장 크고 강하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날치기가 불가능하다. 야당의 협조 없이 국정운영 어렵다. 국민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는데 지금 정신 바짝 차려 다시 역할을 해 중심으로 돌아와야 한다.

▶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멀어졌다고 하셨는데 어떤 면에선 대안정당-수권정당으로서 기대를 접은 것 아닌가는 생각이다. 특히 민주당은 남북관계에 있어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여야를 떠나 국민들도 불안해 하고 있지 않은가?

- 민주당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저력에 의해 한반도의 불안상태도 극복될 것으로 생각한다. 국론이 좀 나뉘어져 있지만 공감대는 있다. 공감대 1번은 ‘전쟁은 안 된다’는 것이고 2번은 ‘핵무기 불용납’, 3번 ‘대화와 협상 통한 평화적 해결’이다.

이 세 가지의 기본 공감대를 바탕으로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작동하면 한국의 닉슨이 될 수 있다. 이 세 원칙이 충실히 이행된 결과가 9.19공동성명이고 개성공단의 탄생이었다.

▶ 한국의 닉슨이 되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만드는 것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 보수진영 쪽에도 경험과 경륜이 있는 분이 많이 계신다. 미국의 키신저처럼 우리나라에도 국제정치학의 대가들이 계시는데 박 대통령에게도 멘토로 모실만한 분이 있다. 예로 노태우 정권 시절 북방정책을 설계한 김종휘 전 외교안보수석이라든지, 김대중 정부 시절의 임동원 장관 등이 대통령의 대북정책 멘토였다. 박 대통령에게도 멘토가 있었으면 한다.

김한길, 박근혜 2004년 천막당사 베껴도 된다, 배우자

▶ 김한길 대표가 어려움에 처한 당을 맡았다.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하방론이다. 여의도에 머물러 있을 경우 탁상공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서민 삶과 멀어진다. 힘든 서민들 삶의 현장으로 가야 한다. 지금 있는 영등포 당사 뜯어버리고 천막을 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4년에 했는데 우리도 배울 건 배우자, 좋은 건 서로 베껴도 된다. 힘들고 어려움 속에 있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자는 것이다.

▶ 장관님께선 지난 몇 년간 한진중공업 사태 등 노동자 등 서민들의 투쟁 현장 속으로 들어가 헌신했는데?

- 저는 과거 정치를 하는 동안 솔직히 땅 바닥에 발을 딛지 않고 30센치 허공에서 떠 정치를 한 느낌이었다. 제가 서민들의 삶과 함께 하면서 비로소 발을 땅을 디디게 됐다고 생각한다. 민주당도 그렇게 가야 한다.

최근 보람을 가지게 된 일이 있는데 경비업법이 19대 국회에서 정청래 의원이 다시 발의해 어제(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제가 18대 국회에서 발의했다가 무산됐는데 이번에 통과되면서 이제는 용산참사 등과 같이 철거현장에서 조폭이 동원되는 것은 많이 사라질 것 같다. 서민들의 삶은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지는 쪽으로 갈 것이다.

▶ 박근혜 정부가 복지국가와 서민 행복을 내걸고 집권했다. 사실 그전부터 장관께서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주창하고 서민 삶의 현장을 누비셨다. 장관님이 보시기에 박 대통령의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가 제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는가?

- 후보 시절 가진 생각은 좋았다고 본다.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라면서 복지에 대한 의지를 국민에게 보였고,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해 경제민주화 추진 의지도 보였다. 사실 제가 2010년 당 지도부에 들어가 복지국가를 당헌과 강령에 집어넣고 당내에 복지국가특위와 경제민주화특위를 구성했다. 그런데 이것을 박근혜 대통령이 가져갔다.

원저작권은 있는데 이것을 체화하지 못했다. 제목만 있지 알맹이는 상대편이 가져가 버린 셈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난 뒤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에 어울리는 경력이나 생각을 가진 인물이 한 사람도 안 보인다. 국민들이 속았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것 같다.

박 대통령으로서 ‘내가 시키면 다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팀으로 집권하고 팀으로 실행했을 때 힘이 있지 대통령 한 사람에게 국가개혁과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본다.

2030년 대한민국 5대강국, 분단경제로는 안돼 남북 통합된 경제로 가야

▶ 마지막으로 <폴리뉴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저는 요즘 사단법인 ‘대륙으로 가는 길’ 연구소를 꾸리고 있다. 우리 민족이 가야할 길이 대륙으로 가야 한다. 경제적으로 북방경제를 여는 것이고 교통으로는 서울역에서 기차로 모스크바, 파리, 베를린을 가는 시대는 여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남북 평화체제 속에서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통일로 가는 길이다.

올 여름에는 8.15 때로 시베리아로 갈 계획이다. 블라디보스톡에서 기차를 타고 바이칼호까지 간다. 사단법인 ‘대륙으로 가는 길’에 많은 신청을 해줬으면 한다.

현 정부는 개성공단을 살려내고 대륙으로 가는 길을 열어줬으면 한다. 이는 이미 2007년에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합의한 것이다. 북한 철도를 이용해 베이징 올림픽 때 남북 공동응원단을 보내기로 했다.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화해와 협력으로 가면 대륙으로 가는 길로 이어진다. 이것이 한반도에서 전쟁의 불안을 영원히 없애고 답답한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중소기업을 살리며 저성장체제에서 탈피할 것이다.

몇 년 전 골드만삭스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2030년 경 5대 강국으로 간다고 했다. 그 전제는 한반도경제이다. 남북 통합된 경제이다. 분단경제로는 그렇게 갈 수 없다. 박근혜 정부 5년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의 적대관계를 극복하고 넘어서서 화해협력의 시대, 대륙으로 가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여기에 협력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