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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개성공단 살릴 수만 있다면 공단 문지기라도 하고 싶다"

 

[위기의 대북관계… 정동영 前 통일부장관에게 듣는다]
"개성공단 살릴 수만 있다면 공단 문지기라도 하고 싶다"

 

"김정일 위원장이라면 안그랬을 것… 朴 정부, MB와 다른 포괄적 접근 필요"
"창원에서 기차표 사서 모스크바ㆍ파리로 갈 수 있는 시대 열었으면…"
최근 `대륙으로 가는 길` 창립, 범국민적 차원 활동 통해 민족 운명 개척

 

2013.05.09  정종민 기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최근 위기에 처한 대북관계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방송사 앵커에서부터 열린우리당 의장과 대북정책 활동을 왕성하게 했던 통일부장관을 거쳐 대권 후보까지 도전한 정동영 전 장관.
 

대권도전에 실패한 후에도 정 장관의 부산 한진중공업 사태와 4대강 사업 저지 농성장, 진주의료원 사태 현장 등에서 힘없는 자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대안을 찾는 등 `낮은 현장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한국과 북한이 강경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현 시점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낸 대북 전문가로써의 창원일보 창간 3주년 특별 인터뷰 제안을 받고 "창원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창원일보 창간 3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이렇게 경남도민과 창원시민께 인사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화답했다.
 

그는 정계활동 가운데 가장 큰 보람과 앞으로도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정치를 한 사람으로서 보람이라면 역사상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와 함께 두 번의 민주개혁정부 수립에 작은 역할이지만 힘을 보탰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얼마 전 사단법인 `대륙으로 가는 길`을 만들었는데 동참하신 의원 30여명과 함께 범국민적 차원의 활동을 통해 민족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 "`대륙으로 가는 길`은 작게는 창원에서 기차표를 사서 모스크바, 파리로 갈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고, 크게는 남북경제 통합과 북방경제시대 그리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시대로 가는 길을 여는 것이다"면서 "대륙으로 가는 길은 섬 아닌 섬이 되어버린 우리의 현실을 극복하고 경제적 번영으로, 미래로 향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북한이 김일성. 김정일 체제를 거친 다음 김정은 체제로 접어든 이후 미사일 실험 등 강경일변도의 정책이 진행되고 있는데, 김정은 체제의 출범 이후를 진단하신다면…
 

-북한의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체제의 생존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 회생과 번영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위해서는 북미 적대관계의 해소가 최우선 선결과제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지난 김정일 시대 이후 줄기차게 추구해왔던 정책 목표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도 결국 체제 생존을 위한 북미 관계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덧붙인다면 국내 보수 진영에서는 북한의 붕괴를 희망하거나 확신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입니다. 왜냐면 북한의 혼란과 붕괴를 원치 않는 강대국 중국이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특히 지난 4월은 북측에서 한국은 물론, 미국을 포함해 대외 엄포용 강경발언으로 인해국내외 언론이 북측 행동에 촉각을 세우며 우려를 많이 했는데, 북측이 미사일 실험 등을 내세우며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앞서 말 한대로 핵 개발에 매달리는 북한의 1차 상대는 미국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2012년 자신들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작년 4월과 8월 미국은 두 차례에 걸쳐 비밀리에 평양에 대표단을 보냈습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두 차례 방북에서 미국은 작년 11월 미국 대선 때까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말 것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이며,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면 대화와 협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오바마 재선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분명한 변화 신호가 없는데 실망했을 것으로 봅니다.
 

다른 한 가지는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인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정해놓은 선대로부터의 대인민 약속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작년 12월 로켓 발사를 강행하고 로켓 발사 이후 유엔 제제, 다시 핵실험, 다시 유엔 제제 그리고 곧 바로 이어진 한미 군사연습 여기에 맞선 북한의 극렬한 반발이 이어져서 오늘의 사태에 이르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은 앞으로 한국과 미국을 향해 또 어떤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지 향후 전개될 시나리오를 예상하신다면…
 

- 한고비는 넘겼다고 봅니다. 4월 말 한미 군사 훈련이 끝났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도발은 강력히 억제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 놓는다는 원칙을 확인한 만큼 당분간 냉각기를 거칠 것으로 판단합니다.

 

▶ 북한 측이 느닷없이 개성공단 폐쇄를 선언하면서 남북한 경제협력의 산실인 개성공단 기계들이 멈춰 섰습니다. 북한이 `남북한의 마지막 끈`까지 놓으려는 듯한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석하시는지요.
 

- 너무 안타깝습니다. 개성공단을 다시 살릴 수 만 있다면 개성공단 문지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물론 첫 번째 책임은 북에 있습니다. 정치군사적 갈등에다 개성공단 문제를 걸어버린 북의 태도는 분명 잘못 된 것입니다. 북미관계의 정치군사적 갈등이 남북문제인 개성공단으로 불똥이 튄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 같으면 안 걸었으리라 봅니다. 왜나면 자신의 결단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지켜야 할 더 큰 책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힘들게 돈과 노력을 투자해서 만든 것이 개성공단입니다. 김정일이 땅을 내주기로 결단했지만 남쪽의 세금과 기업인의 열정이 베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게 한반도의 미래로 가는 것인데 어떻게든 지켜야 합니다. 개성공단을 지키는 건 우리의 몫입니다.

 

▶ 박근혜 정부가 지난 4월 25일 (북한에)실무회담을 제안하면서 촉박한 답변 요구와 철수라는 강경조치를 취하는 등 촉박하게 진행한 문제를 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를 중심으로 대처방식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 문제와 관련해서 매우 아쉽게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일 때 이미 핵문제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 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이명박 정부 5년은 이랬지만 새정부는 새롭게 해볼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북쪽에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초보적인 신뢰가 없는 가운에서 단 하루의 시간을 주고 대화에 나오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문제해결 보다는 잔류인원 철수를 위한 명분 쌓기로 오해 될 소지가 많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지난 일이고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포괄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B정부 5년과는 다르다`, `물건 사고 팔고 왕래하자`, `금강산 관광 재개 의사 있다 논의하자`, `개성공단 다시 돌리기 위해서 논의 위한 회담하자`, `우선 장관급회담 전에 실무회담하자` 이게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포괄적 접근입니다.
 

이렇게 가야 반응이 온다 생각합니다. 결론은 의지입니다. 개성공단을 죽여서 좋은 사람은 없습니다. 국내 정치용이었다면 그 정도 보여줬으면 됐습니다. 이제는 실질적으로 살려내야 합니다. 그러면 그게 다 박 대통령의 업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개성공단이 갖는 의미를 함축한다면…
 

- 개성공단은 남과 북을 화해와 협력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한민족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번영을 위한 우리 민족 희망의 보루입니다.
 

또한 경제사업 이전에 군사전략적 가치가 큰 안보사업이라는 겁니다. 잠시 설명하자면 서울은 휴전선에서 종심이 짧습니다. 휴전선에 늘어선 북의 포에 수원까지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갑니다. 포탄이 2분이면 서울에 떨어집니다. 개성공단을 통해 어쨌든 휴전선 넘어, 지뢰밭 건너, 철조망 끊고 북이 남쪽에 2,000만 평을 경제영토로 내준 겁니다. 휴전선이 북쪽으로 10~15Km 올라간 것입니다. 개성공단이 50만명 규모가 되면 남에서도 수 만명이 거주해야 합니다. 북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인적, 공간적 조기경보기능 또한 향상 시키는 것입니다.

 

 

▶ 앞으로 개성공단 사업재개를 위해 정부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며, 개성공단 재가동은 언제쯤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핵심은 정부가 노력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개성공단을 살려낼 수 있고 이것을 살려내면 이명박 정부 5년과는 확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은 정부가 개성공단을 복원하고 확대ㆍ발전시켜서 남북간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우리의 외교적 주도권 행사를 통해 북한이 핵을 내려놓고 평화협정으로 갈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합니다. 우리가 도울테니, 북미 관계를 정상화해 정상국가로 가자고 이끌어야 합니다.

 

한 마디로 한반도의 탈냉전을 우리가 주도하는 것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의 `닉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보수 반공주의자인 닉슨에 의해 미국과 중국 간의 냉전이 청산됐듯이, 한국에서도 보수 정권인 박근혜 정부가 냉전 종식에 앞장선다면 내부적인 저항도 가볍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개성공단 문제에 있어서도 남북 양쪽 모두가 개성공단이 폐쇄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유지해 나가면서 비무장지대(DMZ) 내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셨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기반 구축, 동북아 지역의 평화협력체제 구축, 지구촌 평화와 번영에의 기여 등 3가지를 한미 공동비전과 목표로 말씀하셨는데 사실 이러한 한반도, 서울 신뢰프로세스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이에 앞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문제가 우선 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미 중단된 금강산 관광사업의 재개 가능성과 향후 전망도 말씀해 주시지요.
 

- 큰 틀에서 대화를 보상으로 보는 시각, 대화를 나약한 수단이라고 보는 그런 시각이 지난 5년 동안 유지 되어 왔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포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와서 어쨌든 북핵 문제를 포함해서 한반도 문제를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겠다는 큰 원칙을 갖고 올 걸로 봅니다.
 

그런 틀 속에서 예를 들면 남북 간에는 첫째 6ㆍ15와 10ㆍ4 합의라는 남북의 정상끼리의 구체적인 합의가 있습니다. 이 합의를 준수하겠다는 그런 의지표명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끊어졌던 교역, 교류 왕래 이런 것을 재개하고, 금강산 관광 중단과 개성공단 잠정 폐쇄 위기 이런 것들을 하나의 보따리로 묶어서 포괄적 접근방식으로 제안을 하게 된다면 개성공단 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사업도 조만간 살려낼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봅니다.

 

▶ 통일부장관 재직시 가장 생각나는 정책과 중심있게 추진하셨던 정책, 그리고 성과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을 들 수 있겠습니까?
 

-하나의 정책을 말하기 보다는 남북문제 접근 방식의 핵심방향을 말하고 싶습니다. 참여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남북문제에 있어서 남한의 `주도적 역할`이었습니다.  2005년엔 남북이 소통했습니다. 한국이 6자 회담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9ㆍ19 공동선언까지 이뤄냈습니다. 최초로 북이 핵 포기를 결단을 선언했었습니다.
 

설명하자면 9ㆍ19 선언 석 달 전인 2005년 6ㆍ15에 제가 특사로 평양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그 때 얘기한 핵심이, "우리가 도와줄 테니 6자 회담으로 돌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미국을 설득할 테니, 핵을 내려놓고 같이 풀자"고 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입니다.
 

실제 우리가 미국의 네오콘도 설득했습니다. 당시 외교부 장관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었고 제가 당시 통일부장관 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북한을 6자 회담으로 복귀시킬 수 있었던 것 입이다.
 

아쉬운 점은 이렇게 중요한 남북관계의 중요한 결과들이 정권말기에 성사돼 그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한 것이고, 지난 MB정부 5년동안 그 성과들이 완전히 날아가 버려 지금 남북관계가 사실상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신다면…
 

- MB정부 5년 동안 계속 선(先)비핵화와 한미동맹만 외쳤는데, `먼저 비핵화해라, 그럼 우리가 도와줄게`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 결과 오히려 북한의 핵 능력만 커지게 되었고 6자회담, 남북회담 모두 열리지 못했습니다. 완전히 5년의 세월을 낭비하고 적대시대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 5년 동안 누적된 적대가 불신을 낳고 지금의 후유증을 낳고 있는 것이고, 박 대통령이 잘 풀어가길 바라지만 이명박 정부 5년간의 잘못된 유산이 무거운 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 현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바라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한 말씀…
 

-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얘기하는데, 서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신뢰입니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 때의 7ㆍ4남북공동성명과 91년 남북기본합의서, 6ㆍ15공동선언, 10ㆍ4선언, 이 4대합의를 지키자고 해야 합니다. 그러면 국면은 넘어갈 것이고 큰 전환이 있게 될 것입니다.
 

최고지도자간의 소통만이 남과 북에서 뭔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위의 4대합의 모두 사실상 남북간 최고지도자간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려면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의 소통이 있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위기인 남북관계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힘은 용기에서 나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도자로서의 용기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정책과 관련해 국민,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지금은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중대한 시기입니다. 7ㆍ4남북공동성명 이후 조금씩 진전이 있었던 남북평화의 물꼬들이 모두 막혀 3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합니다.
 

남북문제, 평화와 통일의 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와 진보,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북한 문제를 위기로 몰아 우리가 얻을 것이 없음을 지난 역사에서 확인했습니다. 더 이상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후대의 미래, 민족의 미래를 평화적으로 개척해 앞으로 전진하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