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동영의 말과 글

더 이상의 희생은 안 됩니다.

더 이상의 희생은 안 됩니다.

어제 아침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또 한 명이 희생되었다는 비보를 접하고 온몸이 떨렸습니다. 너무나 비통한 심정에 한동안 말도 못하였습니다. 먼저 유가족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또다시 협상 시한이 오늘 오후 4시반으로 임박해오고 있습니다. 유가족이나 피랍자 가족에 비할 바는 못되겠지만 어제밤 저도 고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1. 한국인은 여러분의 적이 아닙니다
- 탈레반 지도부에 호소합니다

탈레반 지도부 및 관계자 여러분!
여러분이 억류하고 있는 한국인은 여러분의 적이 아닙니다. 그들은 여러분 나라의 힘없고 고통 받는 사람들, 환자들을 도와주기 위해 간 봉사자들입니다. 그들은 아프간 형제들을 도와주러 간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평화와 사랑을 실천하러 간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여러분의 손님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50여 년 전에 전쟁을 겪었고 매우 가난했습니다. 그 당시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주러 왔습니다. 국적과 종교와 인종과 이념을 초월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주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도움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봉사를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에 받았던 도움을 이제 우리가 봉사를 통해 되돌려주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억류하고 있는 우리의 젊은이들도 이런 수많은 봉사단원들 중의 하나입니다.

탈레반 지도부 및 관계자 여러분!
이슬람은 평화와 관용의 종교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쿠란은 “평화를 실천하는 사람은 다른 종교를 가졌더라도 무슬림과 같이 대우하라”고 가르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곳 대한민국에도 서울, 부산, 전주, 안양, 제주 등 5군데에 모스크가 있으며 그곳에서 많은 이슬람 신자들이 평화롭게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탈레반 지도부 및 관계자 여러분!
여러분의 형제를 도와주러 간, 평화와 사랑을 실천하러 간, 여러분의 손님인 한국인들을 제발 더 이상 희생시키지 마십시오. 이슬람의 정신대로 그들에게 평화와 관용을 베풀어주십시오. 오늘 여러분이 베푸는 평화와 관용은 언젠가는 여러분에게 더 큰 평화와 관용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2. 더 이상의 희생은 안됩니다
-미국은 동맹국으로서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이 세상에 가장 소중한 것이 생명입니다. 종교와 이념을 초월하여 모든 생명은 보호받아야 하며, 위험에 처한 생명은 구해내야 합니다.

앞으로 더 이상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됩니다.

관련 당사국들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생명을 최우선에 두고 모든 가능한 방법을 강구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특히 아프간 정부와 미국 정부는 피랍자가 무사히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테러세력과는 협상없다는 국제 사회의 일반적으로 “보이는 원칙”을 지지하고 존중합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원칙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러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우리로서는 무고한 생명이 이역만리 타국땅에서 영문도 모른 채 살해되고 살해위협에 놓인 기막히고 참담한 현실을 견딜수가 없습니다. 어떠한 원칙도 생명에 우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보이지 않는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탈레반 세력이 제시한 포로 명단에는 는 미국이 관할하는 포로들이 포함되어 있고 아프칸 정부 역시 미국을 의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국제 사회의 생각입니다.

우리는 지난해 1월 미국이 ‘비타협’의 원칙에 예외를 인정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여성 언론인과 미국 수용소에 억류중이었던 이라크 여성 5인을 맞교환해서 인질 사태를 해결했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나 아프칸 정부가 깊이 되새겨 줄 것을 바랍니다. 23명의 인질이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었다면 미국 정부는 어떤 판단과 선택을 했을지 묻고 싶습니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워싱턴과 카불은 지금 즉시 열쇠를 돌려야 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 나름대로 많은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제 국제사회가 한국인 피랍자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명분이나 실리보다는 생명을 구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생명을 구하게 되면 전 세계인은 생명을 어떻게 구해냈느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구해낸 그 자체를 칭찬할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온 국민이 비통한 심정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아프칸에 피랍되어있는 우리 국민이 안전하게 고국의 품으로 돌아 올수 있도록 진정한 동맹국의 노력을 다 해 줄 것을 거듭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 정부 또한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않됩니다. 21명의 생명이 안전하게 고국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외교력을 총 동원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서 정부가 나름 노력한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총력외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대미, 대파키스탄, 대중동 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서 또 다른 희생자 나오지 않도록 해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23명이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었다면 미국이 어떤 선택과 판단을 했을지 우리 국민은 묻고 있습니다. 미국은 동맹국입니다. 우리 군이 아프간 간 것도 동맹국인 미국을 위해서입니다. 23명의 인질이 미국인이라 생각하고 고민하고 행동해주기 바랍니다.


2007. 8. 1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