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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부시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저는 먼저 반인륜적 범죄인 테러를 근절함으로써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노력과 리더십, 신념에 경의를 표합니다.

대통령께서도 아시다시피 평화와 사랑을 실천하러 아프가니스탄으로 간 우리 대한민국의 젊은 봉사단원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되어 급기야 2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탈레반과의 여러 협상이 지지부진하여 나머지 21명의 생명도 커다란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생명입니다. 국적과 종교와 이념을 초월하여 모든 생명은 보호받아야 하며, 위험에 처한 생명은 구해내야 합니다. 저는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생명을 최우선에 두고 모든 가능한 방법을 강구해줄 것을 절박한 심정으로 요청 드립니다. 피랍자가 무사히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테러 세력과는 협상이 없다는 국제 사회의 일반적으로 “보이는 원칙”을 지지하고 존중합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원칙”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러한 사례는 많이 있었습니다. 어떠한 원칙도 생명에 우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보이지 않는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난해 1월 미국이 ‘비타협’의 원칙에 예외를 인정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여성 언론인과 미국 수용소에 억류 중이던 이라크 여성 5인을 맞교환하여 인질 사태를 해결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인질 사태는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미국의 요청으로 많은 군대를 파병하여,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테러 세력에 납치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 우리의 현실이 우리를 자괴감에 빠지게 합니다. 무고한 우리 국민이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영문도 모른 채 살해되고 살해 위협에 놓인 기막히고 참담한 현실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우리 국민은 지금, 피랍된 23명이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었다면 미국은 어떤 조치를 취하고 행동을 했을지 묻고 있습니다. 한국민들은 이번 사태가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서 비롯된 만큼 미국은 제3자가 아니라 당사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아있는 21명이 모두 미국인이라 생각하시고, 미국인을 구한다는 입장에서 구체적 해결책을 찾아 주시기를 거듭 호소드립니다.

명분이나 실리보다는 생명을 구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통령께서 앞장서서 생명을 구하게 되면 전 세계가 대통령의 결단과 리더십을, 관용과 사랑을 두고두고 칭찬할 것입니다. 인류 역사와 한국인이 대통령의 용기 있는 행동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온 국민이 비통한 심정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대통령의 적극적인 역할과 결단을 간곡히 부탁드리면서, 대통령과 미국 국민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007. 8. 2

전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