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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개성공단 후보가 청계천 후보를 이깁니다.


한나라당의 경선 결과에 나타난 천박함을 엄중 경고하고자 합니다. 어제 이명박 후보의 승리는 한국 정당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선거에서 이기고 여론조사에서 졌습니다.

저는 이명박 후보와 대결하는데 있어 1차적으로 비전 대결을 펼치고자 합니다.

저의 비전은 개성공단사업으로 상징되는 대북 경제협력을 통해 남과 북이 함께 돈 벌고, 함께 평화를 구축하는 ‘평화경제’입니다.

개성공단 사업은 백지 상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04년 7월 1일, 통일부 장관 취임식을 할 때 개성공단은 설계도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취임사에서 ‘개성을 통해 냉전을 넘자’고 강조하고 1백일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시범공단 입주업체 15개만 선정됐을 뿐 행동계획(action program)은 없는 게 당시의 상황이었습니다.

無에서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전략 물자 수출금지법과 적성국 교역법으로 개성공단에 생산설비를 반출하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정부 내에서도 적극적 지지는 없었습니다. 잘될까, 지나친 것 아니냐는 여론이 팽배했습니다. 국내 사회단체나 여론도 비슷했습니다.

100일 안에 공장을 짓고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략 물자 판정을 신속히 진행하면서, 미국 상무부의 심사도 통과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있었습니다.

저는 전략 물자 반출에 관한 전담부서 신설을 위해 산자부 장관의 협조를 구했고, 무역협회의 협조를 얻어 기계공업협회와 섬유공업협회, 자동차공업협회 등 전문가 집단을 동원해 즉각 전략 물자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가동했습니다. 통일부 담당 국장과 과장은 매일 아침 무역협회로 출근해 개성공단으로 갈 장비 심사가 최대한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추진하면서, 상황을 즉시즉시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통일부와 외교통상부 관계자로 구성된 실무 교섭단을 미국 상무부와 국무부로 파견했습니다.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되자 2004년 8월 31일, 워싱턴으로 날아가 럼즈펠드 장관과 파월 장관, 라이스 보좌관, 상무부를 전격적으로 방문했습니다.

미국 정부 안에 통일부장관을 상대할 파트너가 없어 고생했지만 전직 집권당 의장에 대한 예우를 최대한 살려 관계 요인들과의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전격적인 ‘개성공단 100일 작전’의 결과가 연말의 ‘통일냄비’ 생산이었습니다. 개성공단은 현재 시범사업만 가동되는데도 북한 근로자 1만6천명을 고용하고 올해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예정입니다.

6,600만 평방미터(2,000만평)의 개성공단이 완공되면 북한 근로자만 50만명이 일하게 됩니다. 남측 기술자와 관리 인력도 2만명 이상 신규 취업하게 됩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남측 업체들의 관련 부품, 물류, 국내외 영업, 연구 개발, 기획 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수십만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돼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습니다.

저는 개성공단을 10개 만들어 수백만의 북한 근로자와 수만 명의 한국 사업가, 수십만명의 한국 근로자가 함께 일하고 함께 돈 벌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성공단사업, 대북 합작사업은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리더십이 있을 때 100% 가동될 수 있습니다.
 
그 새로운 환경은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을 위한 평화선언, 평화협정, 평화체제 정착의 3단계를 말합니다.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추구해나간다는 큰 원칙이 섰습니다. 레일이 깔렸습니다.

새로운 리더십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를 평화지향적으로 추진해낼 리더십입니다. 저는 감히 지난 30년간 이를 위해 준비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외교와 통일 관계 업무를 전담하는 언론인으로서 7년, 집권당 대표와 국회의원으로서 8년, 통일부장관과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위원장으로서 2년간 일해왔습니다.   

평화의 리더십은 삽질의 리더십과 다릅니다. 개성공단은 항구적 미래형 경제사업입니다. 개성공단은 평화의 요새, 기회의 땅입니다. 개성공단은 사업자와 근로자가 모두 돈 버는 사업입니다.

청계천은 필요성은 있지만 시급한 사업은 아닙니다. 청계천은 인공적 과시적 사업으로서 볼거리, 놀거리를 제공하고 세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소비성 사업입니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오늘날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합니다. 청계천을 방문한 사람은 1천만명이지만 개성공단을 방문한 사람은 10만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남북평화와 경제발전을 위해 개성공단의 전면 공개, 연계관광, 금강산에 준하는 출입 간소화조치를 요구합니다.

저는 개성공단으로 상징되는 남북간 평화경제사업으로 이번 선거에서 심판받겠습니다. 화해와 공존의 정치경제체제를 추구하겠습니다. 냉전세력과 평화세력의 대결 구도 속에서 국민 여러분의 진지한 관심과 평가를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8월 22일

민주신당 대통령예비후보 정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