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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

이명박이 당선되면 이민갈거야!

선거인단을 투표에 참여토록 독려하는 노력을 특정 모 후보 진영에서 조직선거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저희가 승리한다면 다 동지로 모시고 같이 갈 분들이지만, 경선기간 중의 근거없는 무례한 비판은 좀 섭섭합니다.

선거인단의 투표 참여 독려는 우리만 겪는 문제가 아닙니다.

다음 글은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이 2004년 미국 대선을 관찰하고 쓴 글입니다. 민주당의 펜실베니아주 오픈 프라이머리에서 케리 지지자들이 한표라도 더 투표하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생생합니다.

진정한 참여란 어떤 것일까요?

자신만 개혁적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반대점에 서 있는 후보에 대해 비난과 악담만을 인터넷상에 도배하는게 참여일까요?

아니면 밑의 글에 나온 민주당 자원 봉사자처럼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뛰고 또 뛰는 것이 진정한 참여일까요?

판단은 여러분이 해주시길 바랍니다.
 


제목: 부시가 재선되면 이민갈거야

어제는 미국대선의 치열한 접전주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의 주도인 해리스버그에 다녀왔습니다. 새벽 5시까지 깨 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그 시각에 일어나는 것은 정말 괴롭습니다. 그렇다고 요즘같은 때 워싱턴을 떠날 수도 없어서 당일치기 출장을 다녀왔지요.

민주당의 펜실베이니아주 막판 표밭다지기 행사를 따라갔었는데. 펜실베이니아주는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의 앨 고어를 지지했고 지금도 케리 약 우세 지역인데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백중세입니다.

필라델피아를 중심으로 한 동부와 피츠버그를 중심으로 한 서부는 케리가 우세하고 중앙에 있는 주도인 해리스버그 주변은 공화당 우세지역입니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이 최후의 밀어붙이기를 위해 이 지역에 투입된 겁니다. 한 500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저는 그 중 해리스버그로 가는 팀을 따라갔습니다.

오전 7시 쯤 워싱턴 시내의 케리 선거캠프 앞에 가보니 수백명의 케리 지지자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었습니다. 이들 중 몇명을 인터뷰해봤더니, “해외여행 한 번 제대로 안해본 촌놈을 대통령으로 뽑아 미국망신 다 시켰다”, “선거인단표가 21명이나 되는 펜실베이니아를 잃으면 민주당 망한다.”

"부시가 재선된다면, 미국이 뭔가 잘못됐다는 뜻이다." “나와 내 친구들은 부시가 재선되면 캐나다로 이민가든지 4년 동안 딴 나라에 가서 살기로 했다” 등등... 반부시 분위기가 엄청 뜨거웠습니다.

프랑스 사람도 한명 만났습니다. "세계는, 프랑스는 케리를 원한다"면서, 투표권 없어도 케리를 돕는다고 하더군요. 저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자꾸 웃음이 나왔습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아냐?' 하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책임자였던 마크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가 설명을 좀 듣고 나와보니 일곱대의 버스는 모두 출발한 후였습니다. 행여 이들을 놓칠까 걱정이 돼 미친듯이 달려서 1시간 반 쯤 후에는 전세버스를 따라잡았고 나중에는 제가 20분쯤 먼저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안개가 끼고 이슬비가 내리는 날씨였는데, 뿌연 안개 사이로 아름답게 가을물이 든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길을 달리는 기분은 정말 좋았습니다. 펜실베이니아로 갈수록 날씨가 차가워서 그런지 단풍은 점점 더 선명해졌고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졌습니다.

그날 전략은 “부동표는 포기하고 케리에게 투표하기로 한 사람들에게 꼭 투표하겠다는 확답을 얻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해리스버그에 도착한 150여명쯤 되는 자원봉사자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는데, 그날 행사책임자가 제게 “우리 좀 도와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자원봉사자 한 사람을 도시 외곽의 마을에 데려다 달라는 거에요.

어차피 현장을 돌아다녀야 하니까 메릴랜드에 사는 데이지아를 데리고 갔습니다. 도착해보니 한 눈에 아주 못사는 흑인 동네라는 걸 알겠더군요. 데이지아는 수백명의 명단이 적힌 종이를 들고 집집마다 방문해서 “케리를 찍을 거지요? 투표장이 어딘지 아십니까? 혹시 투표장 가기 어려우면 자동차를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일일이 묻고 확인해서 용지에 기록했습니다.

그냥 옆에서 구경만 했는데도 한 열집쯤 다니고 나니까 저는 이미 너무 지쳐서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춥고 죽을 지경인데, 데이지아는 지치지도 않고 너무나 상냥하게 계속 그 일을 하는 겁니다. 저는 돈 주고 하래도 못할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흑인 할머니 집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아아... 세상에... 집안은 먼지 하나 없이 단정하게 정돈돼 있을 뿐 아니라, 소파와 모든 의자는 비닐커버를 씌워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텔레비전 아십니까. 다리가 달린 나무상자 안에 들어있는 TV. 제가 70년대까지는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하간 그 TV가 마치 신제품처럼 말끔한 상태로 있었고, 그 옆에는 그 ‘전축’ 있잖아요. 그것도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옷도 역시 30년 전 쯤에 나왔을 성 싶은 꽃무늬가 있는 것인데, 마치 아주 오래 전에 시간의 흐름이 멈춰진 세계에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아니, 그 순간에도 세월의 흐름과 맞서 싸우고 있는 듯한 그런 집이었습니다.

사실은 동네 전체가 그랬습니다. 노랗고 빨갛게 단풍 든 풍경에 가려진 마을은 얼핏 보기에는 근사했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자동차는 다 15년도 더 된 모델이고, 대부분의 집들은 낡고 관리를 안해서 쓰러져가는 듯하고...데이지아는 제게 “놀랬지?” 그러더라구요.

“이게 미국의 또 다른 얼굴이야. 워싱턴 주변의 교외에 사는 중산층들의 모습이 미국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지. 이 사람들은 백인부자만 위하는 부시를 찍으면 안돼.”

사실 저는 미국 여러 주의 가난한 동네들을 꽤 많이 가봤는데, 선거철이라 그런지 아니면 사람들을 만나보고 집안에도 들어가보고 그래서 그런지 이 동네는 더 쓸쓸하고 을씨년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아래 사진처럼 할로윈 데이 장식을 해놓은 집들도 있었어요. 같은 워싱턴 근교라 해도 메릴랜드주는 민주당, 버지니아주는 공화당 성향입니다. 그래서 이날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메릴랜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작업은 그럭저럭 순조롭게 이어졌는데, 어느 집에서 10살 남짓 된 흑인 아이가 나와서 엄마가 없다고 하길래 팸플릿만 전하고 돌아섰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맨손으로 곰도 한마리 너끈히 때려잡게 생긴 건장한 흑인 아저씨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케리와 에드워즈의 얼굴이 담긴 팸플릿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쳤습니다. 그는“당신들 지금 큰 실수 하는 거야. 케리는 무슨 케리! 웃기고 있네!”라고 하더니 문을 쾅 닫고 들어갔습니다.

데이지아와 저는 기가 질려서 멍하게 서 있었습니다. 그때 다시 문이 살짝 열리고 이번에는 흑인 할머니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우리 딸은 케리를 뽑을 거유. 그 팸플릿 내가 전해줄테니 이리 줘요”라고 말했습니다. 데이지아는 “할머니, 여기는 미국입니다. 다른 사람이 위협한다고 해서 누구를 지지할 수 없는 그런 나라가 아니에요”라고 몇 번이나 말했습니다.

데이지아는 다섯명의 자녀를 둔 중년으로 간호사로 일한답니다. 그는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을 뽑게 해서는 안된다”면서, 다리가 아프다고 절룩거리면서도 한표라도 더 굳혀야 한다고 끈질기게 돌아다녔습니다. 세시간쯤 지난 후 저는 데이지아를 그 험한 동네에 혼자 둘 수가 없어서 시내 본부로 데려다주고 다른 사람들도 좀 만나보고 교외도 둘러보고 다시 시내로 돌아왔습니다.

시내에서 만난 부시를 지지하는 노부부는 민주당 사람들이 케리 지지를 외치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이놈의 선거 빨리 끝나야지, 부시 욕하는 소리 듣기 싫어 죽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이름을 묻자 할아버지는 “인터뷰는 무슨 인터뷰, 그냥 선거당일 가서 부시 찍으면되는 거지”라고 냉랭하게 말했습니다.

해리스버그는 서스퀴하나(Susquehana) 강변에 있는데 고풍한 다리들이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다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좀 더 돌아보고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취재가 미진한 것 같아서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도 떠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는데, 케리 지원유세 나선 엄마 따라온 흑인 아이 다섯명이 올망졸망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너무 귀여워서 뛰어나가 사진 한장 찍자고 했습니다.

저처럼 새벽에 나와 하루 종일 시달렸을 아이들은 엄청 피곤했겠지요. 입이 쑥 나와서 칭얼칭얼하는 아이들 데리고 사진을 찍자니 얼마나 힘든지, “얘들아 여기 좀 봐” 하면 한 놈이 화단으로 기어들어가고 줄 세워 앉히면 한 녀석이 다른 데로 도망가고... 그래도 아래 사진은 참 귀엽지요?

제게는 민주당 행사 그 자체보다는 정치의 무대같고 온실같은 워싱턴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미국 보통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공부가 많이 된 출장이었습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수사란 다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현 정부에 불만을 느끼는 보통 사람들의 주장도 결국 다 비슷한 방식으로 표현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게다가 세상 살아가는 일은 어디나 다 고단하고, 어느 나라에나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뒤쳐져 잊혀진 사람들이 있지요.

그 쓸쓸한 해리스버그의 흑인동네는 왠지 제게 '정치는 기적을 이루는 일이 아니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다시 2시간 반을 운전해 오후 7시쯤 돌아와 거의 기절한 것처럼 쓰러져 자다가 9시에 일어나서 간단히 저녁 먹고 기사를 쓰고 나니 다시 새벽 3시 반이었습니다. 아이고,

이놈의 선거. 저도 빨리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하긴 선거후에 일이 더 많아질테니 그게 더 걱정이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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