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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모든 책임을 제가 다 감당하겠습니다

책임이 있다면 저에게 있습니다
모든 책임을 제가 다 감당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며칠 전 이명박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는 모습을 국민여러분과 함께 지켜보았습니다. 비록 선거에서는 경쟁자였지만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이명박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 되어 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했습니다.

그러나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 당시에 있었던 일로 정치보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한 저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국민 여러분과 저를 도와주셨던 분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사상 위대한 지도자들은 자기의 반대편에 서서 싸웠던 사람까지도 등용하여 국민을 통합하고 나라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정치보복은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국민 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독재시절 수많은 정치보복으로 나라가 사분오열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후진정치의 상징과도 같은 정치보복을 없애야 한다는 압도적인 국민여론에 힘입어 지난 87년 이후 적어도 국가권력이 전면에 나서서 정적을 숙청하는 관행은 사라졌습니다. 5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새 대통령 취임전에 대선과정에서 있었던 고소, 고발 사건을 서로 취하하고 새롭게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직선제 20년 관행과 달리 최근 정치보복과 야당탄압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명백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의 선거운동에 참여해서 헌신적으로 애쓴 많은 분들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사법처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풍토에 간신히 자리잡은 화합과 관용의 미덕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태도는 4.9총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한다는 의혹을 낳고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수사선상에 놓인 분들 뿐만 아니라 새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을 위해서도, 나아가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도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그리고 사법당국에게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만약 대선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입니다. 저의 부덕의 소치이고 모두가 저로 말미암아서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에 따른 책임 또한 모두 저에게 있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당과 후보를 위해서 애쓴 분들의 양식과 인격을 지켜주십시오. 끝끝내 문제를 삼겠다면 후보였던 저 한사람만 겨냥하십시오.

모든 책임을 제가 다 감당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한 마음으로 이명박 새 정부가 잘 해나가기를 기원하고 협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보복이나 야당에 대한 일체의 탄압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선거에 지고서 승자에게 이처럼 비통한 호소를 해야하는 불행한 후보는 제가 마지막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3월  2일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