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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공권력 피해자의 정신적 상처,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정동영입니다.

어제 용산참사의 근본적인 해결과 유가족 등 피해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공권력 피해자의 정신적 외상 치유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 발의했습니다.

이 법안은 제가 지난 9월 ‘인간․진실․치유를 위한 용산참사해결 3대 법안’을 발의할 것을 약속드린 후 두 번째로 발의하는 법안입니다. (첫 번째 법안은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와 진실규명을 강제하기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안」이었습니다.)

정식 법안명은 「공권력 피해자의 정신적 외상 치유에 관한 법률안」이며, 일명 ‘용산 트라우마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법은 정부의 공권력 사용 및 책임과 관련해 인권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정신적 피해를 치유,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률제정안입니다.

여러분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과거에 국가 공권력의 고문, 과잉진압, 강압수사, 구속, 폭행 등을 당한 피해자들의 경우 신체적 상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오랜 기간 그 후유증에 시달리며 자살, 우울증, 알코올 및 약물 중독 등의 2차적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이는 신체적인 손상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후에 오게 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즉 트라우마(Trauma)에 기인하는 것으로 시간이 경과할수록 그 후유증은 심각해지게 됩니다. 이렇게 정신적 외상이 지속되면 추후 생계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고 사회적 고립, 가족의 해체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됩니다.


지난 1985년 UN에서는 「범죄 및 권력남용 피해자에 관한 사법의 기본원칙 선언」을 통해 공권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미국이나 서구 유럽에서는 이러한 권고에 따라 이미 범죄 피해자 및 권력 남용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를 구제해주기 위한 위기관리 프로그램을 국가의 책무하에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권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별도의 법률적 근거가 아직도 부재한 상태이며, 이는 OECD 가입국이자 G20 정상회의 개최국이라는 국가적 위상에 전혀 맞지 않는 ‘인권 후진국’의 모습입니다.

일반 범죄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2005년 공표된 ‘범죄피해자보호법’을 통하여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권력 남용과 같은 공권력 피해자들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지원 법률이 미흡한 실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인에 대한 국가의 배상 및 보상을 규정한 법률로 「국가배상법」,「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및「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률들은 생명과 신체의 피해에 대한 보상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정신적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나 기준은 미흡한 상황입니다. ‘위자료 지급’과 동시에 국가의 배상이 종결되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국가 배상이 끝난 후에는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를 치유해 주기 위한 어떠한 사후관리 및 보호 체계도 없습니다.

이에 공권력 피해자들의 정신적 외상 치유를 통해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고 예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명예 회복, 정상적 사회활동으로의 복귀를 지원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본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법의 주요내용은 공권력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상해를 입었거나 정서적 고통, 경제적 손실, 그리고 기본권의 중대한 침해를 당한 사람들에 대한 피해 지원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정신적 피해 회복을 위해 상담 및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조, 취업지원, 전담센터의 설립 등 관련된 모든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였습니다.

피해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 그리고 피부양자를 피해자의 범위에 포함했습니다. 그 분들 역시 피해당사자와 똑같이 정신적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반드시 치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용산참사 피해자 유가족들의 경우 벌써 1년이 다되어 가도록 물질적 피해 보상 뿐아니라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도 아무런 지원을 못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답답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그 분들의 고통과 상처는 골이 더 깊어질 것입니다. 하루 빨리 개인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사회활동으로의 복귀를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는 치유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이 법률안이 통과되면 공권력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 회복에 대한 최초의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인권 의학’이라는 분야를 처음으로 도입한 인권의학연구소의 이화영 소장님 역시 “공권력 피해자에 대한 치유 프로그램이나 재활 방안 기금 등이 전무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러한 법안이 발의되는 것은 UN인권이사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늦은 출발이지만 매우 고무적인 일" 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을 비롯해서 공권력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분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궁극적인 피해회복과 정신적 외상의 치유를 위해 이 법안이 통과되는 날까지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본 법안에 서명해주시고 공동발의에 참여해 주신 민주당 강창일, 김부겸, 김영진, 김재균, 김춘진, 김희철, 문학진, 박기춘, 박영선, 박지원, 백재현, 서종표, 오제세, 신낙균, 우윤근, 이성남, 이종걸, 전현희, 정장선, 조배숙, 조영택, 주승용, 최규식, 최인기 의원, 자유선진당 이용희 의원, 민주노동당 강기갑, 곽정숙, 권영길, 이정희, 홍희덕 의원,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무소속 신  건, 심대평, 유성엽 의원 등 총 36분의 의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9.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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