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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2010년 화두는 ‘통합과 연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정동영입니다.

포효하는 호랑이의 해가 시작됩니다. 해바뀜이 겨울의 추위 속에 이루어지는 것은 그만큼 새로움을 준비하기 위해 인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해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희망부푼 새해를 맞이하는 귀한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시간은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무엇보다도 해를 넘기지 않고 용산참사 고인들의 장례 일정이 정해진 것은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없이 유가족들이 맞이하는 새해 첫날은 용산참사가 온전히 해결되지 않은 12월 32일입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한해는 무력감일 것입니다. 청년실업은 더욱 늘어가고 있습니다. 카피 인턴, 커피 인턴에 투여되는 국민의 세금은 청년들에게 새해의 희망을 주고 있지 못합니다.

비정규직에 이어,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 문제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 정부에 실망한 노동자들에게 새해는 분노일 것입니다. 노동하는 사람을 노동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현실 속에 노동하는 사람들은 좌절합니다.

장바구니가 가벼워져 마음이 무거운 서민들과, 장바구니를 든 서민들이 줄어들어 또한 마음이 무거운 시장상인들에게 새해 첫날은 변함없이 삶의 무게를 느끼는 또다른 하루에 불과할 것입니다.




 
<정부의 역할 : 토론인가, 전쟁인가>


그러나,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에 절망할 때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삶들을 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미’ 와있는 희망의 씨앗을 피워 ‘아직’ 오지 않은 현실을 극복해온 숱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2010년은 우리에게 또한번의 결집과 도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는 저에게 ‘정치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는 민주주의는 결국 독주와 독선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는 시장경제는 결국 독점과 탐욕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준엄한 교훈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정치하는 사람의 가장 큰 의무는 ‘희망’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 희망은 현재에 대한 직시를 바탕으로 한 미래에 대한 비전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비전을 현실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과 세력입니다. 흩어져서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광장을 메워왔던 촛불의 염원을 하나로 모아 관철시킬 수 있는 집권가능세력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의무임과 동시에 생존을 위한 전제이기도 합니다.

극복할 수 있는 차이로 분열하는 동안, 극복하기 힘든 차이가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있던 검찰의 낙인찍기 정치가 되살아나 민주진보세력을 초토화 하고 있습니다. 폭력의 공권력이 되살아나고 있고, 우리를 둘러싼 자유는 억압받고 있습니다. 우리 내부의 차이가 이러한 퇴행보다 큰 차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010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명제는 ‘통합과 연대’입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낮은 길, 가장 힘든 길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원하시는 일 성취하시는 한해 되시길 다시한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12월 31일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