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순악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1928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꽃다운 16세 나이에 일본군 성노예생활을 강요당한 한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2010년 새해를 맞아 모두가 희망을 이야기할 때, 김순악 할머니께서는 가슴에 한을 품은 채 지난 2일 먼 세상으로 떠나셨습니다.
할머니는 200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신고한 이후, 인권캠프 등에 참석하기도 하셨고, 일본 증언집회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증언하기도 하셨습니다. 대구 ‘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에서 진행하는 원예치료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석하여 원예작품 전시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함께 삶을 만들어가시던 중에 작고하시게 되어 슬픔이 더 큽니다.
<김순악 할머니의 미소...사진출처 : 미디어몽구 자료실 http://blog.daum.net/grandbleu>
우리의 현대사에서 정신대 할머니만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삶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분들도 없을 것입니다. 국가의 기본 책무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쩔 수없는 상황으로 그 역할을 다할 수 없었다면 아픔을 위로하고 진실을 밝히고 최소한 마음 속 응어리를 털어낼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합니다. 정부만의 역할은 아닙니다. 같은 공동체의 또다른 한 사람으로 나누어야할 의무가 또한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의 기억에 각인된 아픔만큼 우리의 기억이 오래가지는 않는 듯 합니다. 역사란 건망증이 심합니다. 따라서 방치해 두면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올해는 한일 병탄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일 관계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면 과거사 문제를 회피하고 갈 수 없습니다. 하토야마 정권이 출범하며 이전 정권과 다른 국정운영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개방적 자세와 동아시아 국가의 협력적 외교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미 너무나 늦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대 할머니 문제의 해결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최우선과제입니다.
지난 1995년 종전 50주년 기념일 발표했던 무라야마 담화를 뛰어넘는 하토야마 담화가 준비되어야 합니다. 과거사를 청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김순악 할머니의 영혼이 편안히 잠드시려면 반드시 일본의 진정한 시인과 사과가 필요합니다. 일본은 최소한 독일이 연합국에 했던 수준으로 과거 죄악상에 대해 시인하고 사과해야합니다. 독일정부는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에 대해 기회있을 때마다 수시로 고개숙여 사과했습니다. 나치 전범에 대해 시효가 없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범죄에는 시효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본이 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시인하고 사과하지 못하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무거운 역사를 딛고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는 길은 ‘망각과 묵인’이 아니라 ‘인정과 반성’이라는 교훈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다시한번 고 김순악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이 땅에서 누리지 못한 행복, 슬픔없는 저 세상에서 한껏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2010년 1월 4일
정 동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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