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참사 1주년을 맞아 -
벌써 1년입니다.
355일만에 치루어진 장례식날 눈물 머금은 눈이 내렸습니다. 가시는 길 기억하라는 뜻인지 그 어느 때보다 추웠습니다. 용산참사 1주년을 맞이한 오늘, 봄인가 싶은 따뜻함이 있지만 어김없이 눈물 머금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용산은 이처럼 힘없는 서민들이 어우러지는 따뜻한 공동체와 ‘돈’ 중심의 차가운 논리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잊혀질까 두려웠습니다”
장례식날 故이성수 님의 부인인 권명숙 님의 눈물쏟은 절규가 귀에 선합니다. 장례를 치를 수 있었던 것은 잊혀지지 않도록 해주신 시민 여러분의 노력 때문이었다던 감사 또한 기억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말 속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잊혀지지 않도록 제발 힘을 모아주세요’라는 간절한 기원을 느꼈습니다.
용산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어렵고, 더 힘든 길에 접어 들었습니다. 용산참사문제의 핵심은 ‘돈’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보상을 받았기에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이라는 ‘돈’중심의 논리가 용산을 더욱 힘들게 할 것입니다.
구속자 7명은 여전히 차가운 감방 속에서 권력에 대한 분노와 망각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했던 범대위 수배자들은 장례식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추가로 구속되었습니다. 망자들은 여전히 ‘범죄자’로 규정되고, 유가족들은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 알지 못합니다.
검찰수사기록이 공개되었습니다. 변호인의 발표를 보니 공권력의 오판과 오용, 책임 떠넘기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왜 검찰이 변호인과 재판부의 요구도 묵살하며 고인들이 땅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공개하지 않았는지 알겠습니다. 용산참사와 관련없는 증거라서 제외했다는 그들의 주장이 결국 진실은폐를 위한 허튼소리였음이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검찰이 증거공개를 결정한 재판부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검찰이 이토록 후안무치한가에 대해 분노할 뿐입니다. 검찰의 오만한 권력남용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아직도 만들지 못해 참담할 뿐입니다. 증거공개를 강제하도록 하기 위해 31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입니다. 제도의 빈 공간 속에서 힘없는 서민들은 명예를 짓밟히고 변호할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용산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누구나 억울함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반드시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돈’이면 보상이 끝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습니다. 유가족들의 마음 깊은 상처, 정신적 외상은 ‘돈’으로 치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권력 피해자의 정신적 외상 치유에 관한 법률안]이 상정되어 있습니다. 체계적인 국가의 치유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또한 반드시 통과시켜야할 법안입니다.
재개발과 관련한 많은 법안들이 상정되어 있습니다.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 개선의 노력입니다. 저 또한 관련 법안을 준비 중입니다. 그 어느 법보다 우선 처리되어야 합니다. 국민의 합의로 만들어진 세종시를 수정하려는 것은 결코 민생이 아닙니다. 지금 정부는 본분을 망각한 행정력 낭비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용산참사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의 충족, 사람의 목숨을 하늘로 아는 권력, 사람의 본성인 어우러짐을 위한 공동체의 유지 등 기본 중에 기본인 가치가 무너진 참사입니다. 기나긴 시간동안 진보개혁세력이 추구해온 바로 그 가치들입니다.
지난 7월 순천향병원에 찾아갔을 때 유가족들이 한 말을 기억합니다.
“지금까지 정치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 걸 매일 느낍니다. 이제부터 선거가 있으면 정말 우리를 위해줄 사람 뽑기 위해 발벗고 나설 겁니다”
반드시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습니다. 그것이 용산참사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하는 사람이 해야 할 도리라 생각합니다. 다시한번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위로의 마음을 드립니다.
2010년 1월 20일
정 동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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