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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새로운 노동시스템을 제안합니다

3. 15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주관으로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 출판기념회'가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렸습니다.  이 날, 정동영 의원은 노동부문을 맡아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새로운 노동시스템을 제안했습니다. 다음은 이날 제안했던 내용 전문입니다.



우리 이정희 의원님, 심상정 대표님, 노회찬 대표님, 천정배 의원님, 이종걸 의원님, 이상이 대표님, 이래경 대표님, 이태수 박사님, 최병모 대표님.

진작에 이렇게 우리가 생각을 같이하고 행동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저는 2007년에 정권을 시장근본주의 세력에게 넘겨준 제일의 책임자로서 여러분 앞에 부끄러움과 함께, 당시의 상황을 꿰뚫지 못하고 이른바 선진화담론을 돌파하지 못한데 대해서 대단히 안타깝고 죄송하다는 말씀으로 서두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제가 맡은 고용정책 분야에 대한 국민제안은 이 책,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 85페이지에서 108페이지까지, 노동연구원의 은수미 박사의 발제를 중심으로 요약한 것입니다. 은수미 박사와는 그동안 세미나와 토론을 통해서 이 분야에 관해서 저도 200% 공감을 했고, 이 내용을,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정리해 온 원고를 읽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의 노동시장은 인간의 모습보다는 약육강식의 원리가 판치는 정글의 모습을 닮아있습니다. 한번 비정규근로, 또 비임금근로, 혹은 비경제활동 인구, 이렇게 3非에 속하면 그것으로부터 탈출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안타깝게도 IMF 위기 속에서 집권한 민주정부 10년 동안에 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소득의 불평등, 양극화가 커진데 대해서 다시 한 번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올해 대학 졸업생들의 희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압도적인 다수가 ‘나도 정규직에 취직되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눈물겹도록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근로빈곤, 즉 열심히 일해도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을 양산해내고 있는 체제를 강화할 것이냐, 여기서 유턴할 것이냐 하는 그 고민과 대안모색이 오늘 이 자리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배제적 노동시스템 때문입니다.

배제적 노동시스템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첫째, 분절적 노동시장입니다. 중심과 주변으로 노동시장이 분화돼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중심노동시장, 그리고 보호를 받지 못하는 주변부 노동시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둘째, 기업별 노사관계시스템의 효과입니다. 현재 기업별 노사관계 시스템은 정규직․대기업․남성 중심의 노동시장 보호에는 유리하지만, 비정규직․중소기업․여성을 배제합니다.

셋째, 기여중심의 취약한 고용안정시스템 문제입니다. 지금 고용보험은 ‘내 돈 내고 내 돈 받기’, 즉 기여에 따른 보상시스템입니다. 그러다보니 고용보험에도, 또 기초생활 보장제도에도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 800만 명입니다. 설사 고용보험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는 전체 11퍼센트 밖에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오늘 복지국가 소사이어티와 함께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들 모두의 뜻을 모아서 새로운 노동시스템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뉘어져있는 노동시장의 격차를 줄이고, 주변에서 중심으로의 이동가능성을 높여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을 해소하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책대안의 모색이 긴요합니다.

둘째, 기업별 노사관계에서 초기업별 노사관계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합니다. 산별, 지역별, 그룹별 노동조합을 활성화하고 법적․제도적 지원을 검토해야 합니다.

셋째, 제2의 고용안전망을 형성해야 합니다. 고용보험과 기초생활보장 모두로부터 배제되는 광범위한 취업자를 대상으로 소득지원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4대강에 22조를 투입하는데, 5조원 정도면 제2고용안전망 형성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과 고용안전문제에 대한 해결을 결코 시혜적 자선으로 간주해서는 안됩니다. 공동체 구성원의 의무로 생각할 때만 해결이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언제,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바로 우리의 문제이며 지금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금융위기를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시장근본주의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 일본의 하토야마 정부가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 정권은 마치 시장근본주의의 마지막 수호자이며 적자인 듯 정책방향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지금 비정규직 문제, 일자리 문제의 핵심은 경제사회적 문제에 앞서서 정치적, 정치의 문제라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래서 이 자리가 중요한 역사적 출발점이라고 저는 간주하고 싶습니다.

오늘 복지국가 소사이어티에서 여러 분야의 정책을 제안하게 됩니다만, 바로 이 자리가 희망의 시작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 모두 훌륭한 대안을 제안 하실 것입니다. 그분들과 함께 우리 힘을 모으기 위해 제안을 마치면서, 우리 모두의 꿈이 역동적 복지국가이지 않습니까? “역동적” 이렇게 외치면 “복지국가”를 힘차게 후창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소리가 크면 우리 꿈이 이뤄지는 날이 빨라질 것이고, 미약하면 아마 좀 더 걸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역동적 복지국가를 염원하면서,
역동적 복지국가! 역동적 복지국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