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의 숨구멍 개성공단을
경제평화특별구역으로!”
저는 오늘 칼바람 추위 속에서 최전방을 지키고 있는 우리 장병들을 만나러 가던 중, 통일부로부터 개성공단 방문을 불허한다는 공식 통보를 받았습니다. 최선의 안보는 평화라는 것을 이 정부는 아직도 인정하기 싫은 모양입니다. 휴전선을 지키는 우리 국군 장병들이 무사히 군복무를 마치고 만기제대해서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안보입니다.
제가 통일부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12월15일, 개성공단 첫 제품이 생산되는 날 느꼈던 희망이 6년이 지난 지금 전쟁의 불안으로 변해 있습니다. 저는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개성을 방문하고자 했습니다.
첫째는 안보문제를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개성방문 신청이 허가되었다면 안보를 위한 초당적 협력의 신호가 되었을 것이고, 이는 우리 국민들의 안보불안을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둘째는 저의 개성공단 방문 신청을 허가하면, 개성공단 유지에 대해서 이명박 정부도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표명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전 정부와 현 정부간에 소통과 상호 인정이라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셋째는 개성공단 지속에 대해서 정부가 확고한 의지표명을 하도록 함으로써, 북한 당국도 더 이상의 무모한 도발행위로 나오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저의 뜻은 정부의 불허 방침으로 안타깝게도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나진항을 50년간 사용하기로 협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데 남북관계는 자꾸 멀어지는 이 상황은 우리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불과 64km 떨어진 개성공단지역은 원래 북한의 포부대가 주둔하던 지역입니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생기면서 포부대는 북한 후방지역으로 물러갔습니다. 그리고 대포가 있던 자리에 남북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인 공단이 조성되고 남측의 121개 업체에서 4만5천명의 북한노동자들과 함께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2009년 9월, 故 김대중 대통령이 하시기로 예정했던 미국 내셔널 프레스 클럽(National Press Club)연설에서도 두 가지를 제안 한바 있습니다.
첫째 정상들의 통 큰 결단으로 대화를 시작해야 하며,
둘째, 개성공단을 정치와 상관없는 평화특별구역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빌리 브란트 총리와 함께 독일통일을 이룬 에곤바르 박사는 개성공단에 대한 저의 설명을 들듣고 무릎을 치며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 못한 너무나 좋은 모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남북간에 긴장이 조성될 때마다 가슴을 졸이고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숨구멍인 개성공단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 합니다. 그것이 대결구도에서 대화구도로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첫걸음입니다.
아울러 조속한 시일 내에 저의 개성공단 방문을 허가할 것을 정부에 다시 한 번 요청합니다.
2010년 12월 27일 강원도 전방 부대에서
민주당 최고위원 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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