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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대학의 공공성을 무너뜨리는 서울대법인화법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지난해 12월 8일 날치기 처리된 서울대 법인화법은 아무런 논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심지어 상임위 상정조차 하지 않은 채, 정부여당에 의하여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통과된 원천무효 법안입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의 폐기법안을 지난 1월초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입니다.

저는 지난 주에 서울대 천막농성 교수단에 다녀왔습니다. 민주당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 법안의 문제점을 알리고 폐기에 앞장서 달라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지식생산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 하는 중대한 문제를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날치기로 처리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학을 기업처럼 운영하고 공무원 숫자부터 줄이고 보자는 이명박 정부의 얄팍한 발상이 빚어낸 또 하나의 폭거입니다.

서울대 법인화법이 통과되면 학생들 등록금은 올라가고, 교수들은 5년 유예기간 뒤에 피고용자 신분이 될 것입니다. 서울대는 더이상 지식 공동체가 아니라 용역 공동체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문학은 설 자리를 잃고 실용학문 위주로 교육과정이 재편될 것이 뻔합니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라는 대학의 존재이유도 소멸되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서울대에 대한 국고지원이 늘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서울대법인화법에 부속된 비용추계서를 보면, 서울대에 대한 국고 지원은 법인화 이전과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신설되는 이사회는 교육과학부 차관과 기획재정부 차관이 주도하여 인사와 재정의 핵심내용을 사실상 정부가 좌지우지하게 되어 대학자율성도 침해될 것입니다.
 

서울대법인화는 가뜩이나 낮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더욱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나마 그 동안 서울대가 수행해 온 국립대와 사립대, 수도권과 지방대학,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균형추 역할이 서울대법인화법으로 와해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처럼 실익도 명분도 없는 서울대법인화법은 마땅히 폐기되어야 합니다. 법인화는 결코 실효적인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고등교육의 공공성은 보다 확충되어야 합니다. 질곡의 현대사에서 대학은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했고, 또 앞으로도 그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등교육의 공공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서울대법인화법은 바로 그같은 대학의 역할이 지속되느냐 못하느냐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