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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복지국가’ 실현의 당론은 당원이 결정해야 합니다


‘복지국가’ 실현의 당론은 당원이 결정해야 합니다.



○ 보편적 복지는 체제 전환의 문제입니다.

최근 복지국가 논쟁은 좀 더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보편적 복지는 체제전환에 관한 문제입니다. 87년 체제는 정치민주화를 이루고 박정희 체제를 종식시켰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우리 사회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수립하지 못한 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불균형 성장으로 대표되는 구체제의 상징이자, 박정희 체제의 마지막 잔영입니다.

우리 국민은 이명박 정부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고통스러운 우리 국민은 “국가가 도대체 나에게 무엇을 해줬는가?”라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로 응답했습니다. 진보적 민주당의 정체성을 가다듬어 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지난 10.3전대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강령과 당헌에 새긴 이후,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당을 위해서나, 우리나라를 위해서 유익한 일입니다. 어제(1.30) 복지재원기획단의 발표내용도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노력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보편적 복지를 이야기하려면 어쩔 수 없이 증세 문제가 따라붙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것을 우회하려는 것보다 정직하게 말해야 하고 당당히 맞서야 합니다. 세금을 말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지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세목신설이나 세율인상 없이 보편적 복지가 가능하다는 말은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습니다.


○ 당원과 국민의 뜻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입시다.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 열린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고, 당원과 소통해야 합니다.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실업자들을 포함한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당내에서는 당원주권을 명시한 당헌에 근거해서, 아래로부터 상향식으로 의사를 모아야 합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내는 것이 조세정의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이 기본이 무너졌습니다. 부자증세를 포함한 일대 조세혁명을 단행해야 합니다. 조세혁명과 부유세는 저의 말이 최초가 아니라 71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공약이기도 합니다. 우리 국민은 이명박 정부는 부자감세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부정의 부정은 긍정일 수 있습니다. 부자감세의 부정은 부자증세이고, 복지국가를 한다면서 증세를 피할 수 없습니다.


○ 우리는 정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양자강에 험하기로 유명한 구당협(瞿塘峽)이라는 협곡이 있습니다. 이곳에 옛날에 염예퇴(艶預堆)라는 커다란 바위가 강물 한 가운데 솟아 있었는데, 배들이 이 바위를 옆으로 우회해서 가려고 하면 오히려 물살에 떠밀려 바위에 부딪혀 침몰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 바위에 "대아래(對我來)", 즉 "나를 향해서 오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고 합니다. 부딪힐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똑바로 바위를 향해서 배를 몰아가면, 오히려 물살의 흐름을 타고 쉽게 바위를 비켜갈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역동적 복지국가’로 향해가는 강줄기에서 ‘재원문제’라는 협곡에 들어섰습니다. 여기서 세금, 특히 증세를 정면으로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우회해서 당장의 위험을 피해갈 것인가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깊고 넓게 논의할 특별위원회의 구성을 이미 전당대회 직후부터 주장했고, 이를 통해 당원과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론의 마당을 제안했던 것입니다. 의사결정과정의 민주성과 개방성은 전당대회에서 당헌 1조를 통해 밝힌 당원주권 선언의 실천과정입니다.

지금 민주진보진영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증세’논의의 핵심은 재원마련이라는 현실적 목표와 함께 조세정의라는 시대적 과제와 맞물려 있습니다. 이미 충분히 세금을 내고 있는 국민에게 더 부담시키자는 것이 아니고, OECD 평균 기준에 훨씬 부족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상위 계층이 먼저 모범을 보이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일반 국민이 보편적 복지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국민적 동의 하에 보편적 증세에까지 이르자는 장기적 플랜입니다. 부자들의 사회적 기여는 재원마련과 함께 계층간 통합으로 전진하는데 큰 동력이 될 것입니다. 민주당이 이러한 방향에 주저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 모든 당원이 복지국가 건설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신자유주의 시장만능국가로 갈 것인가, 아니면 역동적 복지국가로 국가운영의 원리를 바꿀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국민과 당원 80% 이상이 동의하는 증세의 방향을 부정하는 이유를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세금 문제에 민주당은 열린 자세로 맞서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의지를 모아가는 과정은 민주적이고 개방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전국 16개 시도당이 참여하는 과정으로 가야하며, 당원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당원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합니다.

바위를 피하려다 난파당해서는 안됩니다. 지금은 개별 정책 차원의 문제를 넘어 새로운 체제, 새로운 집권의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1. 1. 31

민주당  정 동 영